9화. 미워해서 미안

by 안다훈



미움이 깊어지다가 문득 비울 필요를 느낀다. 정말 밉다면 인생에서 지우면 된다. 마주쳐도 무시하며 듣기 싫으면 다른 소음으로 막고 없는 사람 취급하면 끝이다. 구태여 티를 내거나 감추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미안할 정도로 미워했다면 멈추고 거리를 두자. 거리감은 코를 푼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정도가 적당하다. 이미 나온 콧물은 풀지 않는 이상 흘러내리기 마련이며 닦아서 버린 걸 뒤적거리며 확인하는 사람은 없다. 봉투를 묶어서 버리고 새로 씌우듯 낡은 감정은 버리고 오늘을 준비하는 편이 낫다. 지나면 잊었다는 사실도 기억 못 할 만큼 자질구레한 기억들. 쓰레기통에 무엇을 버렸는지 일일이 기억하는 이가 없듯 모든 잡념을 붙잡아 둘 수 없는 노릇이므로.

다시 또 누군가를 싫어하게 됐다면 넘치도록 미워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설픈 감정에 시선이 묶이는 실수를 저지를 바에야 확 빠졌다가 바닥을 딛고 벗어나는 편이 빠를 테니 말이다. 적어도 찝찝하거나 앙금이 남진 않는다. 그래야 비울 수 있고 눈빛이나 걸음걸이에서도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미움이 커져 가기에 외려 마음을 비우는 일. 미워하는 누군가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인지도 모른다. 미움도 한때이며 차츰 이유는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으니까. 손 대면 바스러질 무엇에 매몰돼 나날을 버리는 것도 못할 짓이다. 지나고 나서야 깨닫지만 겪어야만 알 수 있는 얄궂음이란. 외사랑에 빠질 게 아니라면 적당한 때에 보내는 편이 현명하다. 불쌍히 여길 대상은 미움받는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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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 산문』은 격주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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