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많은 메모 중 아래와 같이 적은 게 있습니다. 이 내용은 나중에 '메일 템플릿'에 반영됩니다. 이번 화에서 다룰 내용이죠.
'템플릿을 완성한 다음에 투고할 때마다 해당 출판사의 특성을 짧게라도 담으려고 한다. 이를테면 어떤 책들을 읽었는지, 어떤 책들 사이에 내 책이 들어가면 어울릴 것 같다든지, 아니면 전반적으로 디자인이 어때서 인상 깊었다든지 하는 식으로.
우선 제가 작성한 템플릿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아래 세 가지를 중심으로 작성했습니다. 투고할 때 메일의 본문은 달라지지만, 제목은 동일합니다.
1번. 투고 분야
[에세이 투고]
2번. 원고 제목(가제)
《조금 더 긴 나날들》
3번. 키워드를 넣어 작성한 문장
우울과 퇴사, 백혈병을 통과하며 쓴 시간
'읽고 싶은' 메일이 되도록 필요한 정보만 최소한으로 넣었습니다. 이와 함께 한눈에 파악하기 쉽도록 신경 썼습니다.
아래 다섯 가지를 중심으로 작성했습니다.
1번. 첫인사: 출판사 호명 후 자기소개
ㅁㅁㅁㅁ 출판사 담당자님 안녕하세요.
에세이 원고를 보내드리는 안다훈입니다.
→ 첫 문단에는 출판사와 제 이름을 담았습니다. 메일을 보낼 때마다 출판사 이름을 바꾸는 건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잠깐만 시간을 들여서 '최소한의 성의'를 표할 수 있습니다.
2번. 원고 소개
《조금 더 긴 나날들》(가제)은 백혈병, 퇴사, 우울 등
서로 다른 경험을 예민함이라는 정서로 묶은 에세이입니다.
소재가 여러 가지로 나뉘지만,
한 사람의 감정선과 시선이 책 한 권을 단단히 엮었습니다.
이처럼 단일한 감정의 결을 지닌 산문입니다.
→ 짧고 간단하게 소개하는 글을 적었습니다. 메일 본문만 읽어도 원고의 성격을 알 수 있게 하고자 했습니다.
3번. 해당 출판사의 이름과 출간한 책 언급
《ㅁㅁㅁㅁ》(ㅁㅁㅁ 저)과 《ㅁㅁㅁㅁㅁㅁ》(ㅁㅁㅁ 저)을 읽은 뒤에
‘ㅁㅁㅁㅁ’에서 출간한 젊은 작가의 책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또 《ㅁㅁㅁㅁㅁㅁ》(ㅁㅁ 저), 《ㅁㅁㅁㅁㅁ》(ㅁㅁㅁ 저),
《ㅁㅁㅁㅁㅁ》(ㅁㅁㅁ 저)의 제목과 표지와 목차 들을 보며
‘내 책의 섬네일이 이 목록에 함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설렘을 품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준비한 원고와 출판 제안서를 보내 드립니다.
→ 나름 진심을 담은 부분입니다. 이때 또 교보문고에 출판사를 검색한 뒤에 두 단계를 거칩니다. 우선 제가 읽은 책이 있는지 찾습니다. 있다면 어떤 책 덕분에 해당 출판사에서 내는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적습니다. 템플릿에는 '젊은 작가의 책'이라고 적었지만, 상황에 따라 '깊이 있는 에세이' '시인이 낸 에세이' '풍성한 감성이 담긴 에세이'와 같이 바꾸어도 좋습니다.
→ 검색 결과로 나온 제목(때로는 표지까지)을 보고 제 원고와 비슷하거나 어울릴 듯한 책을 새 탭으로 쭉 엽니다. 그런 뒤에 '이 책들과 내 책이 나란히 놓이면 좋겠다.' 싶은 책만 세 권쯤 추립니다. 저는 항암 치료를 비롯한 질병과 퇴사와 우울감 등을 소재로 한 책을 우선순위로 뒀습니다. 감성의 무게와 결이 비슷한 책도 마찬가지로 그리했습니다. 무게가 안 맞는다 싶으면 중간에 '제 원고는 조금 무겁지만 풍성한 감성을 보태는 데 보탬이 될 것입니다.'라는 문장을 삽입했습니다.
4번. 첨부 파일 설명
첨부한 파일은 5개이며 이는 3종류로 구성됐습니다.
· 조금더긴나날들_원고5편: 일부 원고를 발췌했습니다. 각 장의 정서를 잘 보여 주는 대표 글로 선정했습니다.
· 조금더긴나날들_최종원고: 전체 원고가 담긴 파일입니다.
· 출판제안서: 출판 제안서이며 확인하시기 용이하도록 pdf 파일로 첨부했습니다.
* 열람 환경을 고려하여 원고는 pdf 파일을 함께 첨부했습니다.
→ 원고 전체를 읽기 부담스러우신 분을 위해 5편만 뽑은 파일을 첨부했습니다. 종류로는 세 가지(일부 원고, 전체 원고, 출판 제안서)이며 개수는 다섯 개입니다. 일부 원고와 전체 원고는 워드 파일과 PDF 파일 두 종류로 첨부했고, 출판 제안서는 PDF로만 첨부했습니다.
5번. 마무리 인사
시간 내어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다훈 드림.
→ 첫인사에 호응하도록 마무리 인사로 끝맺었습니다.
원고와 출판 제안서까지만 공들여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원고를 쓸 때부터 지금까지 쭉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였기에 얼른 끝내고 쉬고 싶은 마음이 컸죠. 그러면서도 정말 책을 내고 싶은 마음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서 후회가 없도록 하자'는 마음도 컸습니다.
어쨌든 이제 모든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보내야 할 곳은 총 일흔 세 곳입니다. 그나마 이 주일에 한 번, 열 곳씩 투고했기에 부담이 덜했네요. 힘들면서도 동시에 큰 설렘을 느꼈습니다. 때로는 출판사를 향한 애정이 넘쳐서 유사 도서를 세 권이 아닌 네다섯 권씩 언급하기도, 투고 결과를 떠나서 늘 응원하겠다는 내용을 적기도 했습니다.
이메일을 보내고 예상보다 많은 답장을 받았습니다. 유 월 삼십 일에 투고를 시작했는데, 팔월 중순을 기준으로 열 곳에서 답장을 보내 주셨습니다. 한 곳은 검토, 세 곳은 편집 회의 후 거절, 나머지 여섯 곳은 바로 거절 메일을 보내셨습니다.
정말 책을 내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참 아쉽습니다. 그래도 검토하신다는 말씀이 형식적으로 하신 게 아닌 듯해 다행입니다.
초반에는 지메일 앱 알림음이 들릴 때마다 심장이 뛰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진심과 들인 정성이 잘 전해졌구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부 기획 회의(편집 회의)에 두 번째로 상정됐습니다. 아쉽게 최종 통과하진 못했네요.
내부 기획 회의(편집 회의)에 세 번째로 상정됐습니다. 이쯤 되니 거절당하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하루에 두 번씩 거절 메일을 받기도 했네요. 두 번이나 그랬습니다.
하루에도 대여섯 개씩 투고 메일이 온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애초에 회신이 안 오는 경우가 잦다기에 기대를 내려놓(으려하)기도 했죠. 그렇기에 시간을 들여서 답장을 주신 출판사 담당님께 고맙습니다.
이런 답장을 받으면 잊을 수 없지 않을까요. 정말 고맙고 또 한 번 배우게 됩니다.
해 볼 수 있는 데까지 해 봐야겠죠. 투고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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