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내 디폴드 값과 행복한 삶

by 안다훈



뭐랄까, 마우스의 감도를 100%에 가깝게 두면 아주 작은 반응에도 크게 흔들리고 어디로 튈지를 모르는 거지. 컨트롤하기 힘들고. 물론 이걸 컨트롤할 수 있으면 더 정교하게 다룰 수 있는 장점이 있겠지만. 또, 감도가 높은 게 좋을 때가 있고 안 좋을 때가 있는데, 난 감도를 매우 높게 설정한 게 디폴트 값인 거지. 내 약점도 이런 맥락으로 풀어낼 수 있을 테고. 늘 감도가 높으니깐 어떻게 튈지 모르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크게 반응하니깐 항상 긴장하고 있고 감정적으로 힘든 거야. 사람들을 피하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이게 글 쓸 때는 장점이지만 회사생활 같은 걸 할 때에는 단점인 거지. 글 쓸 때만 감도를 높이고 다른 때에는 감도를 낮출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게 안 되니 힘든 거고. 설정된 감도 자체가 높으니, 같은 상황이 반복돼도 무뎌지지를 않는 거지.

이제는 그냥 행복하게 살려고 해 볼까 싶기도 하고. 아는 사람이 몇 년 전부터 얘기한 건데.. 조금도 와닿지 않았거든. 왜 행복해야 할까 싶더라고. 반발감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와닿지 않고 이해가 안 됐던 거야. 근데 얼마 전에는 내 책을 읽은 친척 여동생이 그러더라. 오빠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모르겠어 갑자기 왜 생각이 바뀐 건지. 지친 상태가 이제는 지치고 지겨운 건지. 더는 힘들게만 살고 싶지 않은 건지. 너무 나 자신에 소홀해서 그러는 건지.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얼마 전까지 주문을 외듯이 생각했는데, 뭣 같아도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억울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십 년에 한 번 꼴로라도 책을 내고 싶어서인지, 기타를 배우고 싶어서인지, 나도 연애를 해 보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고.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끼워 맞추는 거나 되는대로 취업했을 뿐 원하는 곳에, 정말 원하는 일을 한 적은 없다고. 행복해지려면 뭐부터 해야 할까. 삶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직장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이력서 여기저기 넣으면서 서점에서 매대 관리하는 그런 일도 괜찮다고 생각했거든. 내심 연락 오기를 기다리기도 했고. 이 일이 돈이 잘 벌리냐를 따지면 글쎄. 연봉 상승률이 괜찮냐도 글쎄. 근데 내가 스트레스를 안 받을 것 같더라고. 공무원도 정말 답이 없으면 알아볼 수도 있을 테고. 공기업을 한다고 가정하면 훨씬 오래 준비해야겠지만. 여튼 이제는 주체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러고 나니깐 한결 마음이 편해지긴 하더라. 나한테는 일할 때 마음이 편한 것,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같이 일하는 사람을 잘 만나는 게 중요한 것, 일찍 끝나서 퇴근하면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것. 이런 게 중요하더라고. 뭐 이렇게 말해놓고 지금 있는 회사에 더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어쨌든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 anda.hun

* 『사이 산문』은 격주로 연재됩니다.





토요일 연재
이전 01화1화. 예민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