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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다미로 Oct 18. 2022

사과는 좋아해

교실 에세이 #4. 저마다의 방식으로

 나물이나 김치는 손도 대지 않으면서 좋아하는 고기반찬만 쏙쏙 골라먹는 현수가 얄밉지만, 고기반찬이 하나도 나오지 않은 날에 '현수가 오늘 먹을 게 별로 없겠네.'라며 안쓰럽게 바라보는 눈길. 그 말을 듣고 '야, 그래도 현수 사과는 좋아해.'라며 무심하게 말하는 한 마디.


 같이 장난치며 놀다가도 화를 내거나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지호를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6학년 형이 지호가 싫어하는 행동을 할 때 '형, 지호는 그렇게 하면 싫어해. 하지 마.'라고 말하는 용기.


 남들은 3바퀴씩 도는 아침 걷기 활동을 걸음이 느리다는 이유로 2바퀴만 돌고 마는 하준이가 얄밉고 답답하지만, 체험학습으로 떠난 트래킹에서 한참 뒤에 목적지에 도착한 하준이에게 잘했다고 박수를 쳐주는 일.


 어른들은 이해, 배려, 존중처럼 어려운 말을 써가며 더불어 사는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 말해주려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해와 배려, 존중을 실천하고 있었다.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따뜻한 말과 행동을 놓치지 않고 찾아내서 칭찬하고, 더 빛날 수 있게 닦아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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