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화하고 자극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시대에 친절이나 관대함은 옛날 옛적 동화 속의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상대를 배려하고 친절을 베푸는 사람은 자기 이익을 챙기지 못하는 순진한 사람처럼 여겨지는 세상에서 관대함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가장 다정한 전염>을 읽는 동안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대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Please, Be kind. Especially when we don’t know what’s going on.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세요. 특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 때일수록.)”
우리는 정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 때에도 친절할 수 있을까. 나는 내 나름대로 ‘Be kind’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늘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나의 친절이 이기심과 냉소라는 벽에 부딪힐 때면 친절이 무슨 소용인가 싶은 마음이 든다. 의견을 제시하거나 나의 의견에 사람들은 가능성을 함께 찾는 일보다는 우려되는 상황을 떠올려 말하고, 좋은 점을 찾아 칭찬하기보다는 부족한 점을 지적한다. 그럴 때는 제아무리 성인군자라 하더라도 친절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사람들이 보이는 냉소의 이유에 대해 <가장 다정한 전염>에서는 인간은 누구나 기회보다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설계되어 있고, 좋은 일은 천천히 일어나지만 나쁜 일은 빨리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본의 아니게 덜 신뢰하고 덜 희망적이며 서로에게 관대해지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끊임없이 서로를 격려하고 함께 더 나아갈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를 찬찬히 설명하면서 결국 관대함은 전염될 것이고, 서로에게 베푸는 선한 마음과 친절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72p.> 미심쩍은 부분이 있더라도 일단은 선의로 해석하라. 모든 사람이 타인의 동기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는 세상은 금세 암울해진다. <73p.> 상대를 비판할 꼬투리를 찾는 대신 서로 격려해야 한다. 먼저 격려하고, 그다음에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지 논의하라. 아울러 당신도 베푸는 일에 동참하라. <108p.> 친절한 행위는 무엇이든 다 증폭될 수 있다. 더 큰 꿈을 품고서 용감하게 나서면 된다. <117p.> 자신에게만 집중하던 것을 멈추고 다른 사람들과 그들이 필요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 확실히, 모든 관대함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가장 다정한 전염>을 덮으며 그동안 내가 베풀었던 친절이 마냥 헛되지 않았다는 위로를 받았다. 더불어 앞으로 조금 더 관대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졌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냉소와 이기심은 친절과 관대함을 이길 수 없다. Be K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