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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승 Dec 28. 2020

감정을 숨긴다는 것

마스크와 텅 빈 길거리


저는 6년 동안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녔습니다. 백혈병은 감염에 취약했기 때문에 자는 순간에도 마스크를 벗지 못했습니다. 학교를 갈 때도, 동네 친구들을 만나도, 심지어 무대에 올라가서 랩을 할 때도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정말 답답했겠죠? 하지만 저는 마스크에 대한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고 그렇게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불편한 감정보다 백혈병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 면역력이 많이 좋아졌고 드디어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겠구나 싶었지만... 코로나 19 확산으로 희망은 꺾이게 되었습니다. 이대로라면 1년이 더 추가될 것 같네요. 혼자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닐 땐 몰랐지만, 모두가 마스크를 끼고 다니니 친구들과, 동료들, 처음 보는 사람과 웃으며 했던 인사들과 소소한 대화의 감각을 잃어버렸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은 저의 감정을 6년 전부터 파악하기 힘들었을까요?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표정을 숨기게 되었고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가기 너무 힘들어졌습니다. '가식'이라는 옷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마스크'로 그 위를 한 번 더 덮으니 모두가 똑같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1년 만에 말이죠.



예전엔 처음 보는 사람이어도 밥 한번 먹고 커피 한잔하면 그 사람의 삶을 듣는 재미가 있었는데, 요즘엔 식사 약속 한번 잡기도 힘들어졌습니다. 외출 자제에 심지어 카페는 의자를 모두 막아버렸습니다. 마스크로 감정을 숨기기 시작한 사람들.. 코로나 19가 좀 더 길어진다면 감정 표현하는 법을 까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앞으로 우린 잃어버린 감정과 감각을 찾아야 합니다.



6년 동안 마스크 속에 갇혀있던 저의 표정을 이젠 세상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얼른 코로나 19 백신을 맞고 친구들과 마스크 없이 맛있는 밥 한번 먹고 싶네요. 여러분의 표정은 안녕하신가요? 오늘 하루 어떤 얼굴을 하고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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