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이자 경영자라는 이중 정체성

호스트로 산다는 것

by 연승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면서 나는 늘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써야 했다. 하나는 손님을 맞이하면서 웃으며 대하는 서비스업 종사자의 얼굴이고, 또 하나는 뒤에서 숫자와 씨름하는 경영자의 얼굴이었다. 나는 단순히 집을 대여해 주는 집주인일까, 아니면 작은 호텔의 사장일까. 손님을 맞이하는 서비스업 종사자일까, 아니면 숫자를 따지고 전략을 세우는 경영자일까. 처음에는 이 경계가 모호해서 스스로도 헷갈렸다.


예약이 비어있는 상태라면 불안감이 엄습해 오고, 비용 관리를 잘못하여 수익이 적자라면 미소조차 쉽게 나오지 않았다. 어느 한쪽의 역할이라도 놓치면 사업 전체가 흔들렸다.


낯선 서울이란 도시를 여행 온 게스트들은 숙소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를 ‘사장님’이 아니라 ‘호스트’로 본다. 방이 얼마나 깨끗한지, 침대는 편한지, 내가 얼마나 친절하게 맞이하고 빠르게 답장하는지가 그들의 경험을 결정한다.


오후 3시쯤 도착한다고 말해준 게스트를 한없이 기다린 적이 있다. 알고 보니 비행기가 연착되어 서울역에 도착이 늦어진 것이다. 연락도 안되고,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셀프체크인 안내를 해야 하나 수십 번 고민했다. 하지만, 피곤에 절은 손님들이 캐리어를 끌며 우리 숙소로 오는 것을 상상하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기다림 끝에 연락이 왔고 그들을 맞이 위해 밤 11시에 서울역으로 직접 나가 픽업을 했다.


게스트들은 긴 비행과 예상치 못한 지연으로 많이 지쳐 있었지만, 내 얼굴을 보자마자 환하게 웃어주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캐리어를 받아 끌어주며 스몰토크를 시작했다. 즉석 가이드처럼 “저곳이 남산이고, 저 건물이 서울역의 랜드마크”라며 설명했다. 나는 체크인 설명을 꼼꼼히 하고, 근처 편의점을 알려주었다. 그 뒤에는 삼겹살이 맛있는 집, 치킨집 그리고 24시 국밥집까지 추천해 주었다. 이것은 환영 인사를 넘어선, 나만의 방식으로 만든 서비스였다. ‘손님을 맞이하는 서비스 종사자의 얼굴’을 한 내 정체성을 선명하게 해 준 순간이기도 하다.


게스트가 체크인하면 현실은 달랐다. 이번 달 전기요금과 수도, 가스비는 얼마가 나올까? 침구류를 세탁은 얼마 정도 나올까?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를 감안하면 이 방이 실제로 남기는 순이익은 과연 얼마일까? 경영자로서 머릿속에서 손익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청소를 외주로 맡기면 몸은 편하지만 비용은 커진다. 결국 어디까지 직접 하고, 어디서부터 비용을 감수할 것인지는 온전히 경영자인 내 판단에 달려 있었다.


이 두 정체성은 자주 충돌했다. 서비스업 마인드는 ‘무조건 손님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지만,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다가 적자가 날 수 있다’는 계산이 앞섰다.


실제로 어떤 게스트는 새벽 한 시에 도착했는데, 하루치 숙박 요금을 빼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었다. 서비스업의 입장은 당연히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었다. ‘늦게 왔으니 하루치 요금을 아껴주면 더 좋아하지 않을까?’ 하지만 경영자의 입장은 달랐다. 하루치 요금을 뺀다는 건 그날 고정비를 감당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었다. 결국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하루 종일 불편함이 가시질 않았다. ‘내가 올바른 선택을 한 걸까?’라는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체크아웃 문제도 비슷했다. 어떤 게스트는 저녁 비행기로 돌아가니 레이트 체크아웃을 부탁했다. 서비스적 차원에서는 당연히 들어주고 싶었지만, 그날 방 청소와 준비 일정, 다음 손님 체크인 시간을 고려하면 불가능했다. 결국 단호하게 거절해야 했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서비스업 마인드가 발동한 것이다.


여기에 시간 관리의 문제도 있었다. 서비스업의 얼굴은 늘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게스트의 메시지는 시차와 상관없이 도착했고, 언제 알람이 울릴지 몰라 늘 긴장해야 했다. 반면 경영자 입장은 계획을 세워야 했다. 매출 목표, 월 지출 관리, 세금 납부까지 늘 두 개의 시계를 보는 기분이었다.


가장 힘든 순간은 ‘좋은 호스팅’과 ‘합리적인 운영’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었다. 새벽 한 시에 공항까지 마중 나가는 것이 훌륭한 서비스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익 없이 반복된다면 내 체력은 고갈되고, 결국 호스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기준을 세웠다.


“지속 불가능한 서비스는 진정한 서비스가 아니다.”


돌이켜 보면 사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결국 이 두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이었다. 손님이 남긴 긍정적인 리뷰는 내게 큰 힘이 되었고, 재정이 흑자로 돌아서는 순간은 또 다른 만족을 가져다주었다. 서비스업 마인드로는 보람을, 경영자의 입장은 책임을 얻었다. 이 두 가지가 교차하면서 나는 조금씩 사업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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