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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Oct 25. 2019

니체와 조커

초인이 된 조커

니체는 ‘윤리’를 싫어했다. 국가의 개인 통제 수단이 윤리라 보았다. 망각하는 존재인 인간을 처벌로써 약속하는 인간으로 만들었다. 개인은 욕구를 억누르고 윤리에 기대는 행동만을 강요당한다. 그렇게 개인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부정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에 억지로 자신을 맞추어야 한다. 니체가 규정한 노예의 도덕이란 이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


사방에서 그에게 웃으라 말하네


고담의 엘리트 집단들은 시민들에게 웃음을 강요한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길 바라고 노력하여 대가를 얻길 요구한다. 하지만 열심히 일한 ‘해피’에게 돌아온 것은 차디찬 해고 통보였다. 노력의 몰가치성을 자각한 개인들이 광대 가면을 쓰고 분노하자 토머스 웨인을 위시로 한 고담의 리더들은 이들을 ‘갱생’시키겠다고 말한다. 엘리트 집단들은 끊임없이 시민들에게 스스로를 부정하고 자신들이 규정한 인간상에 맞추어 살길 바란다.

니체는 사회가 규정한 윤리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새로운 윤리를 만들어 내는 인간을 ‘초인(위버멘쉬, 요즘엔 그냥 슈퍼맨으로도 많이들 번역한다)’이라 말했다. 해피가 사회가 규정한 윤리에서 벗어나기로 마음먹고 계단에서 춤을 추며 내려올 때, 우리는 초인이 된 해피 아니 조커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다크 히어로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다크 히어로가 기존의 논리와 윤리를 전복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도 사회가 요구하는 갖가지 원칙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사회 부적응자 소리를 들을까 봐 표현을 안 할 뿐이다. 그러나 영화 속 ‘초인’은 나를 대신해서 우리를 얽매이는 온갖 사슬들을 끊어낸다. 어벤저스는 우리 사는 세상에 있지도 않은 외계인들과 싸우지만 조커는 우리가 마주하는 온갖 불합리와 싸운다.

한때 범람하던 자기 개발서들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책들이 꽂혔던 자리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처럼 자조와 위로가 뒤섞인 책들이 차지했다. 노력하면 되겠지 싶어 열심히 다른 코미디언들의 무대를 보며 필기에 열중하던 해피, 그리고 그 해피를 위로해주던 가짜 연애. 그다음 순서에는 무차별적 분노가 자리했다. 그래서 나는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서가에 꽂혀있던 무수한 떡볶이들이 위태위태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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