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보도' 유감

by Lee
코레일 파업.jpg 구글에 '코레일 파업'을 검색하면 노출되는 기사들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한다. 그런데 왜 파업을 하는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철도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발생할 교통 '대란'을 말하는 기사는 많다. 그러나 철도노조가 왜 파업을 하는지에 대해 다루는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파업은 '쟁의행위'의 한 유형이다. 그리고 쟁의 행위는 '노동쟁의' 상태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 노동관계 및 노동관계 조정법은 노동쟁의 상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노동쟁의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간에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주장의 불일치라 함은 당사자간에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도 더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쟁의행위라 함은 파업ㆍ태업ㆍ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파업은 쟁의행위의 한 유형이다. 파업은 노동조합이 사용자를 상대로 원하는 바를 이뤄내기 위한 행동이다. 하지만 파업은 그 시기와 목적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할 수는 없다. 노동쟁의의 정의대로 '당사자간에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도 더 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야 파업을 시작할 수 있다. 즉 철도노조는 자신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 무턱대고 파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 6월 노사 및 전문가 중앙 협의기구(이하 중앙 협의기구)에서 정규직 근로자와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라면 정규직 근로자 임금의 80% 수준까지 임금을 인상하라는 권고가 있었다. 이를 위해 원하청 협의회도 구성하라 권고했다. 하지만 임금 인상은 물론이고 협의회 구성조차 여태껏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파업의 명분은 파업으로 인한 '교통대란'만 보도하는 언론들에 의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파업을 다룬 기사가 쓰일 때면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해 오개념을 갖고 있진 않은지 의심될 때가 많다. '국민이 무엇이라도 알게만 하면 된다' 이건 알 권리가 아니다. 국민이 '제대로' 알게 할 권리가 바로 국민의 알 권리다.


'파업으로 인해 교통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니 고속버스 등의 대체 운송수단을 찾아봐라' 국민의 알 권리는 여기에서 그치면 안 된다. 코레일이 중앙 협의기구의 권고를 1년 반이 넘도록 무시하고 있고, 그 권고의 내용이란 게 무엇이며, 철도노조는 코레일의 권고 이행을 요구할 뿐임을 설명해줘야 국민의 알 권리가 진정 실현되는 것이다.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은 정보에의 접근이 충분히 보장됨으로써 비로소 가능한 것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정보에의 접근·수집·처리의 자유, 즉 알 권리는 표현의 자유와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으며 자유권적 성질과 청구권적 성질을 공유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1991. 5. 13. 90헌마133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알 권리가 표현의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이라 보았다. 즉 제대로 알아야 표현할 자유도 생긴다는 의미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철도노조의 파업 이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 표현할 수 있는 범위는 굉장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화성인을 데려다가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보장한다 할지언정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제대로 된 정보전달을 수행하지 못하는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표현의 자유까지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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