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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Jan 04. 2020

해돋이를 기다리며

경자년 1월1일 정동진 어느 카페에서

해(年) 바뀌면 혹시 해(日)가 안 뜨는 건 아닐까. 동틀 녘 하늘은 가장 어둡다던 스페인 속담도 그런 걱정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신년 해돋이를 기다리며 아침까지 열려있는 카페에 앉아있다. 아르바이트 근로자는 손님을 받기 힘들다는 내색을 은연중에 내비치며 자기네 카페에서는 어차피 해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한다.


정동진 해변 끝자락 어드메서부터 검은색이 푸른색 되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카페를 나가기 시작한다. 시뻘건 쇠공이 정동진 바다 위에서 천천히 식는다.


해가 다시 뜨는구나. 예쁘기도 하다. 장엄하기도 하다. 사진으로 담아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손도 이내 내려간다. 다만 오늘도 해가 뜬다는 사실을 드디어 제 눈으로 확인해서인지 아침으로 먹은 순두부가 슬그머니 위벽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한다.


만약 그날 정동진 해변 위로 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긴 그것도 그 나름대로 신기한 일이겠다. 어쩌면 해가 뜰 때보다도 더 사진으로 담을 일이기도 하다.


카메라로 해 없는 일출을 담아대다가 사람들은 마 찬가지로 이내 손을 내린다. 정동진 찬물도 당황해서 그 파도소리가 조용해진다. 밤의 독재는 대략 그런 식으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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