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남이 데려간 맛집
'어? 이 냄새는...'
그와 썸을 타고 있을 때였다.
선택 장애가 있는 나는 어디든 그가 좋은 곳이 좋았고,
그래서 식당도 늘 그가 고르는 편이었다.
그가 맛집이라며 데려간 곳은 청국장을 파는 식당이었다.
그는 들떴고, 나는 미간이 찌푸려졌다.
식당을 잘못 고른 것 같다며 어쩔 줄 몰라하는 그를 보자,
나는 괜찮다며 주름진 표정을 다시 반듯하게 다렸다.
우리는 조금 어색하게 청국장을 먹기 시작했고,
나에겐 예상치 못했지만 나쁘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내 인생 첫 청국장이었다.
당연하면서, 이상한 일이지만
어릴 때 안 먹어본 음식들은
지금도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우리 집은 청국장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청국장 경험치가 없었고,
평생 먹지 않고도 그립지 않을 음식이다.
그래서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나보다.
해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으니까.
가능하다면, 망설이지 말고 다 해보기를.
그것이 낯선 식재료든, 취미든,
도전이든, 무엇이든지 말이다.
그런 경험을 통해 더 넓은 세계가 열리고,
그 세계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며 나를 이해하게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그렇게 계속 경험하면서 길을 내고,
문을 만들고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될 테니까.
결국 우린,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며
자기 공부를 해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
나는 그러지 못해서,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청국장이었다.
다음에 누군가 청국장 집에 데려가면,
잘 먹을 수 있을까?
그건 내 앞에 누가 앉아있느냐에 달렸을 거다.
어떤 맛이 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