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믿어보기
엄마는 늘 잘 믿는다.
우리말도 잘 믿고,
남의 말도 잘 믿고,
사람 말을 잘 믿어준다.
무슨 말을 들으면,
"근거가 뭐야?"
"팩트는 뭔데?"
라고 묻는 나와는 달랐다.
어느 날, 부모님과 식사하기로 예약한 식당에서 전화가 왔다.
예약한 날 낮에 매장 공사를 진행하게 되어서
부득이하게 모실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대신 저녁 시간대에 방문해 주실 수 있냐는 제안에
그렇게 하겠다고 기분 좋게 예약 시간을 변경했다.
엄마에게 예약 시간 변경에 대해 전하면서,
잔뜩 의심을 실어 보냈다.
"엄마, 낮에만 하는 공사가 뭐가 있을까?
혹시 그 시간대에 전체 대관 행사가 있거나,
아니면 다른 중요한 손님을 받아야 해서
그렇게 핑계를 댄 건 아닐까?"
엄마는 너무나 태연하게 말했다.
"낮에 하는 공사가 있을 수도 있지.
우리도 밤엔 공사 안 하잖아.
소음이나 이런 문제로 낮에 긴급하게 할 수도 있지."
믿는다는 건 이런 거였다.
이리저리 재지 않고, 그냥 믿어버리는 것.
말의 진위를 따지기보다,
그냥 그 사람을 믿어보는 것.
오롯이, 믿는다는 건 그런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