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뉴턴의 마지막 말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자신을 바닷가에서 장난을 치는 소년이라고 생각해왔다. 평범한 조약돌이나 조개껍데기가 아닌 더 동그랗고 특이한 조약돌과 더 예쁜 조개껍데기를 찾는 순수한 소년. 내 앞에는 비밀을 간직한 거대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아이작 뉴턴이 남겼다고 전해지는 유언이다. 유명한 사람들이 스러져가는 순간에 남긴 수많은 유언들을 보다가, 이 문장을 보는 순간 헉 하고 강렬한 감정이 나를 휘감았다. 그 순간에는 그것이 어떤 감정이었는지, 또 왜 마음에 와닿았는지 알지 못했다. 지금은 알 것 같다.
세상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내가 보는 나는 단지 예쁜 조약돌을 줍는 소년일 뿐이다. 이 말을 알게 모르게 한참 동안이나, 그리고 꽤 자주 되새겼다. 메신저 프로필 배경화면으로 해 두기도 했다. 노트에 끄적여 보기도 했다. 혼자 길을 걸을 때, 오랜만에 타는 버스를 정류장에서 기다릴 때, 새벽에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가서 살짝 쌀쌀한 공기를 맞으며 괜히 한 바퀴 동네를 산책할 때에도 떠오르곤 했다.
뉴턴은 과학자로서 인류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뉴턴의 인생과 평범한 누군가 - 예를 들면 나 - 의 인생을 함께 놓고 들여다본다. 얼핏 생각하면, 뉴턴의 삶이 평범한 누군가의 삶보다 값지고 큰 의미를 가질 것만 같다. 그러나 뉴턴 자신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세상이 그의 삶을 얼마나 귀중하고 유의한 것으로 평가했는지와 상관없이, 스스로가 바라본 뉴턴 자신은 그저 즐겁게 노는 소년이었을 뿐이다. 뉴턴 자신에게는, 자신의 삶과 다른 이들의 삶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이 꼭 더 무겁고 귀중한 의미를 지니지도 않았다.
지대한 업적을 쌓아올린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그저 소년의 장난이었다고 평가한다면, 소년의 장난처럼 평범하게 그려진 것처럼 보이는 인생도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다른 모두가 대단하다고 박수치는 자신의 인생을 별 거 아니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다른 모두가 별 거 아니었다고 평가하는 인생을 스스로는 그 어느 것과도 비견할 수 없는 대단한 것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자신만의 우주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구나. 아마 무의식적으로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벅차오름을 느꼈던 듯 하다. 내 삶의 모든 모양과 색을 결정하는 붓은 오직 내 손에만 들려 있는 것이었구나, 하는 것을 아련히 느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