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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데리온 Jan 10. 2023

어른의 경험

아들이 보는 엄마의 갱년기

요새 엄마가 갱년기로 꽤 고생 중이시다. 몸에 열이 나서 잘 때도 창문을 열어두고 주무신다고 하신다. 20대 중후반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들의 어머님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계신다고 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소 나이가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이런 고난의 시기를 겪게 되는구나.


나는 아직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이 많지 않다. 어릴 때 친할머니 집에서 자주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내 유년시절의 행복한 기억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친할아버지를 떠나보낸 경험이 전부인 듯 하다. 나이가 꽤 든 분들, 상투적 표현으로 슬슬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모든 사람들에게 약간의 존경심이 생겼다. 그들은 '인간이라면 자연스럽게, 누구나 겪는 고통의 경험'을 나보다 훨씬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부모님, 가까운 친구를 떠나보내는 슬픈 경험과 시기를 온몸으로 겪었을 것이고, 그것을 어찌저찌 이겨내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최근 꼰대라는 말이 유행한다. 주로 나이가 많은 사람이 보다 어린 사람에게, 지위 혹은 나이를 이용하여 자기 말이 무조건 옳다는 식으로 과도하게 조언하거나 간섭할 때 그들을 꼰대라고 부른다. 어른들의 조언이 한편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와 들어맞지 않을 때도 있고, 구식으로 느껴질 때도 있겠지만 그들은 모두 아직 내가 경험하지 못한 폭풍과 같은 시기를 이겨낸 이들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픈 경험, 희열의 경험, 결혼과 이혼, 이별, 자식을 양육하는 행위들에서 비롯되는 경험은 책 몇 권을 탐독하는 것보다 훨씬 짙게 한 인간을 성숙시킬 것이므로, 분명 나름의 유효함을 담고 있을 것이다.


역시 경험이 중요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맛있게 먹던 햄버거가 더 이상 당기지 않는 것은, 신체와 장기의 노화에 따른 소화능력의 저하(...)도 있겠지만, 햄버거라는 음식에 익숙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첫 연애는 서툴다. 손을 잡았을 때 느껴지는 설렘, 떨림, 좋아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들이 모두 낯설다. 그래서 들쭉날쭉한 감정에 휘둘린다. 두 번째 연애는 조금 더 성숙하다. 이미 한 번 경험해본 것이고, '느껴 보았던' 감정이기에 약간은 익숙하고 덤덤해진다. 이때 비로소 현명하게 상황을 바라보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나와 매우 가깝지만 성향은 전혀 다른 주변 사람들을 보며, 결국 어떤 사람의 성향이나 가치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과거부터 쌓아올려진 경험들의 집합체라는 생각을 한다. 새로운 경험에 자신을 노출시켜 그로부터 발생하는 생경한 감정들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소위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가나 보다. 어른들의 말을 조금 더 주의깊게 들어야겠다. 그들은 적어도 내가 겪어보지 않은 수많은 일들을 몸소 겪은 체험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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