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홍콩 에필로그 - 완차이

by Good night and

둘째날 스마트워치에 기록된 활동량은 1,000kcal를 가볍게 넘겨 있었고, 룸메이트인 나와 민주는 셋째 날이자 마지막 날 체크아웃 시간이 다 되어서야 천근만근인 몸을 일으켰다. 창밖의 홍콩은 이미 살인적인 태양열로 달궈진 상태였다. 나는 한국에서는 절대 입을 일 없는, 가느다란 끈과 얇은 천으로 몸을 가리는 비치웨어 상의를 꺼내 입었다. 하의는 검정색 바이커 쇼츠를 입었고, 이 정도면 아무리 땀이 흘러도 순식간에 증발할 거라며 자신감을 가졌다.


"우리 오늘 뭐 해?" "몰라. 아무 대책 없어."

아무 생각 없는 두 명은 침대에 누워 각자의 핸드폰을 뒤적이고 있었는데, 나는 몇 주전 내가 구독하는 유튜버가 홍콩 여행 브이로그를 올렸던 걸 기억해 냈다. 유튜버의 동선을 복사해 붙여넣기 했고 당연히 민주도 이견은 없었다. 그녀가 브이로그에서 알려준 가이드대로 복잡한 동선을 따라 완차이의 호프웰 센터 전망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통유리 너머로 홍콩의 마천루들이 수직으로 솟구쳤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사진을 찍어줄테니 유리창에 붙어서란 민주의 말에 주춤대며 먼산을 바라보며 고도를 의식하지 않고 간신히 포즈를 취했다. 쨍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빌딩 숲과 그 사이를 메운 빽빽한 아파트들. 엘리베이터가 올라갈수록 지상의 소음은 멀어지고 무심한 시각적 압도감만 남았다. 우리랑 같은 엘리베이터를 탄 필리핀 여성들은 몇번을 이미 해 본듯 능숙하게 타이밍을 잡고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호프웰 센터를 나와 '베이크하우스' 앞에 테이블을 잡기 위해 기다란 줄을 섰고, 기다리며 그 유명한 에그타르트를 먹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단맛과 짠맛의 조화 속에서 홍콩의 마지막 오후가 흘러가고 있었다.


오후 2시의 홍콩은 거대한 만두 찜통 안 같았다. 아무리 통풍이 잘되는 얇은 옷을 입었어도 밖에서 한 걸음이라도 걷는 건 고역이었다. 오렌지 주스라도 마셔야겠다며 맥도날드에 들어갔는데, 결국 우리는 좁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무려 두 시간을 떠들었다. 한낮의 쨍한 해 아래서 마주한 나는, 어쩌면 내가 그토록 경계하던 '별 볼 일 없는 어른' 그 자체였다. <모노클 홍콩>이나 <타임아웃 홍콩> 같은 매거진을 샅샅이 뒤지는 대신 타인의 브이로그를 베끼고, 탐험 대신 에어컨 바람에 안도하는. 8년 전의 나는 혼자서 어떻게 Liang Yi 뮤지엄 도슨트를 예약해 거길 다 훑었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 피부, 피, 간, 위장 세포는 이미 다 새 것으로 바뀐 후 라고 한다. 물리적으로는 '거의'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것. 하지만 당신의 뇌세포와 심장 일부는 바뀌지 않는다나.

홍콩섬의 모습은, 마치 변하지 않는 그 소수의 뇌세포가 새로 바뀐 수십억 개의 세포들에게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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