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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VOD Life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

넷플릭스 <라스트 찬스 대학>

by Good night and

마칭 밴드의 음악이 시작되고 경기장 위에 서 있는 땀에 젖은 미식축구 선수들의 모습과 황량한 이스트 미시시피의 풍경이 교차로 보인다. 총 6화의 <라스트 찬스 대학>에는 가족을 비롯한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업은, 커다란 덩치의 젊은 미식축구 선수들과 그들을 어떻게든 더 나은 무대로 나아가게 하고 싶어 하는 교직원 및 멘토들이 등장한다. 가난과 범죄 속에서 자란 이스트 미시시피 전문대(EMCC) 선수들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한 유일한 탈출구는 4년제 대학(university)에 선수로 스카우트되어 그곳에서 졸업장을 받는 길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매 시즌 인생을 걸고 달린다. 스포츠와 승부사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가난과 복잡한 가정사가 얽힌 각 등장인물들의 개인적 이야기가 이어진다.


https://youtu.be/rFzvBYFrhOc


앞을 볼 수 있는 여유는 지금 있는 곳에 머무를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것일지 모른다. 시간을 가지고 목적지를 설정하고, 어떤 경로로 목적지를 향해 갈지 결정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여유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깊이 빠지는 늪 같은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게는, 꿈이나 취향 같은 것보다 탈출이 훨씬 중요하다.


<라스트 찬스 대학>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런 환경에 처해 있다. 훈련을 게을리하거나 수업을 빼먹으면 편입은커녕 지금 다니는 학교의 졸업장도 받지 못할 수 있고, 마약과 폭력이 항상 기다리는 주변 환경도 경계해야 한다. 지금 있는 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감,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향한 열망을 자신의 동력으로 변환해야 한다. 착실히 잘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진지하게 스포츠에 열정을 가진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일찌감치 다양한 것을 누려보는 삶이 필요하다.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알고 있어야 자신의 기호를 결정할 수 있다. 여기에는 감각과 정보를 포함해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지만, 가장 필수적인 것은 돈과 시간이다. 돌파구를 찾아야만 하는 삶에서 돈과 시간을 투자해 자신만의 기호와 이상을 찾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여유 있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고려해 선택한 최선의 선택지가 아니라고 해서, 그것이 목표가 될 수 없는 건 아니다. ‘일단 움직이고 봐야 하는 것’이, 한 발짝을 내딛는 것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매일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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