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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

by Good night and

https://youtu.be/777wFyVDOoE


인간의 여러가지 감각 중 ‘맛’만큼 항상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한 분야도 없다. 사람의 미적 감각에는 여러가지 복잡한 과학적 요소가 작용하고 맛을 보는 사람의 개인적인 기호와 컨디션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음식을 먹으며 살기에 맛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할 수 있지만 그만큼 까다롭기도 한데 특히 한국에서는 더 그렇다. 한국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독특하거나 강한 향을 가진 음식들에 야박하다. 유일하게 즐기는 것은 마늘향이고, 향신료가 다채롭지 못하니 아예 달거나 짜게 만들고 그렇지 않으면 느끼함이나 매움으로 자극을 더해 음식을 만들고 이것들을 ‘맛있다’고 표현하곤 한다. 한국의 식문화가 이런 식으로 정착된 데에는 문화적/과학적 이유가 있을테니 이것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특징이 다양한 맛과 향에 대한 포용성을 방해한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다양한 맛과 향을 음미하는 미식의 중요성이 폄훼되고 음식이란 그저 에너지원으로 취급되는 문화권에서 자라온 나 같은 사람들에게 <셰프의 테이블>은 난생 처음 가 보는 디즈니랜드 같은 별천지다. 일단 요리와 요리사에 대해 이토록 아름다고 집요하게 취재한 다큐멘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렇고, 영상 속에 등장하는 셰프들의 요리와 철학이 그렇다. <셰프의 테이블>은 일단 미슐랭 쉐프들을 기준으로, 프렌치 퀴진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출발한다. 말초적이고 강렬할 수록 많은 사람이 맛있다고 느끼기 쉽고, 복잡하고 섬세한 풍미를 가진 음식일수록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맛있다고 느끼기 어려운 법인데 경험해 본 맛의 종류가 많고 예민하게 미각을 발달시킨 사람일수록 후자의 섬세한 음식을 선호한다. 미슐랭 별을 받은 유럽 쉐프들은 대부분 이런 요리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더 풍부한 미각의 체험을 위해, 후각은 물론 시각과 촉각까지 동원하여 한 그릇의 접시를 맛보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알리니아의 셰프 그랜트 애커츠는 접시 위에 담는 것으로는 부족하여 아예 테이블 위에 요리를 ‘그려’ 버린다.


<셰프의 테이블>에 등장하는 셰프들은 철저히 자신들이 가진 철학과 세계관에 기반한 요리들을 만든다. 상업적 성공이 없이는 ‘셰프’가 될 수 없으므로 물론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이 우선과제지만 레스토랑을 이미 궤도에 올려놓은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맛의 세계를 어떻게 구체화 하고 어떻게 표현할지가 더욱 중요하다. 알렉스 아탈라는 브라질의 농부들과 지역 제조업을 지원하고,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스는 페루의 식재료를 채집하기 위해 호수 속의 박테리아까지 직접 맛 본다.


또한 <셰프의 테이블>은 회를 거듭하며 이러한 질문에도 대답한다. ‘번듯한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함께 즐기는 정찬만이 미식인가?’ 시끌벅적한 시내의 라멘 가게에도, 조용한 한국 산 속의 절에서도, 맛에 대해 탐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맛의 의미가 혀 끝에서 휘발되는 즐거움이든 영혼까지 연결되는 감각적 수행이든 말이다. <셰프의 테이블>은 ‘맛있다’와 ‘맛없다’로 나뉘는 평가의 대상이 아닌 탐구와 사색의 대상으로 음식을 바라보라 말한다. 화면에 담긴 요리 한 접시를 어느 곳의 누가, 어떤 신념으로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것이 이 시리즈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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