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의 여왕

1층부터 35층까지

by green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다.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엘리베이터의 여왕이라니. 불편하게 느끼는 그 학부모 말이다.


같은 반 학부모인 그 사람은 나와 같은 엘리베이터를 공유하는 같은 라인에 살고 있었다. 무슨 이유에선가 나를 무시하고 싶어했고, 왠지 모를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는것 같았다. 특히 사람에 대한 질투가 심했다.


아이가 하교할 시간에 학교 앞에서 기다리는데, 그때쯤이면 같은 반 학부모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다. 이사 온지 1년 정도 된 상황이지만 같은 유치원을 나온 친구 엄마들도 있고, 학교 앞에서 기다리다 보면 아는 얼굴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서 서 있는데, 대뜸 그 사람이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00 엄마는 아는 사람이 많아서 좋겠네요."


그땐 웃으며 지나쳤던 말인데,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소름끼친다.


우리 아이는 아파트 같은 라인에 같은 반 친구가 살고 있어서, 엘리베이터에서 만나서 같이 등교를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의 눈에는 자신의 딸이 거기에 끼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질투심이 생겼던것 같다. 같은 반이라서 우리 아이와 그 친구는 친하게 지냈는데, 어느 날부터 우리 아이 옆에 있는 그 아이에게만 말을 걸고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우리 아이 앞에서. 우리 아이만 쏙 빼놓은 채.


아이가 학교에 다녀오더니 너무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00 엄마가 자꾸 우리 아이 친구에게만 과장되게 인사를 하고 말을 건다는 거다. 우리 딸이 보고 기분이 나쁘라는 듯이 말이다. 나도 그런 장면을 엘리베이터 앞에서 본적이 종종 있었는데, 사람이 진짜 유치해 보였다.


그렇게 그 사람은 엘리베이터의 여왕이 된 듯 과장된 목소리와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오버해서 인사를 하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1층에서 35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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