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모양으로 하는 인사에 답하기

나는 복화술을 모른다

by green

아이가 학원에 있는 사이에 마트에 갔다. 아침부터 정리를 하느라고 아이 방이며 거실을 한바탕 뒤집어 났다. 쓰다 만 연필과 볼펜들 그리고 레고까지, 정리할 수 있는 수납함이 필요했다.


마트 안에 있는 다이소 매장에 들러서 레고 조각들을 정리할 수납함과 연필과 펜을 정리할 수 있는 같은 모양의 수납함을 샀다. 아이들 과자며 간식을 사고 나니 두 손에 짐이 한가득이었다. 낑낑 대며 마트에서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누구지? 모르는 번호인데. 중요한 전화일 수도 있으니 받아야지.'


누군인지 모른 채 전화를 받았는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건 그 여자의 목소리였다. 같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라인에 사는 그 불편한 사람 이었다.


"00엄마, 나 지금 마트에 왔는데. 시간 있으면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알겠어요. 어디에요? 갈게요."


나는 그 사람 휴대폰 번호를 모른다. 1학년 때 같은 반 학부모라서 같이 공유하는 전화번호 명단이 있었는데, 그 뒤로 몇 년간 연락한 적도 없고 엘리베이터에서 인사조차 하지 않아서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근데 그 사람이 몇년 만에 처음으로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엘리베이터 안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하고 괴롭히더니, 갑자기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전화가 왔다.


만나니 대뜸 하는 말이 "00 엄마, 나 아까 상가에서 00 엄마 멀리서 봐서 입모양으로 안녕이라고 인사했는데, 왜 나한테 인사 안 했어?"


그래. 그 뒤로 또 어떤 말들이 오고 갔는지 상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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