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가 아닌 시비

겉으로는 화해라 하지만, 속으로는 시비인

by green

그 사람이 나에게 건넨 건 화해가 아닌 시비였다.


말로는 그동안 불편하게 지낸 게 마음에 걸려서, 오늘 전화해서 오해를 풀려고 한 거라고 했다. 그렇지만 정작 표정과 목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잔뜩 상기된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는 마치 분에 겨워 못 이기겠다는 느낌이었다.


화가 나서 따지고 싶어서 불렀으면서 대면해서 만나니 그런 이야기를 못하겠는지, 다른 이야기들을 빙빙 둘러대며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친해지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는 둥, 오해를 풀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는 둥, 속과 다른 이야기들을 한참 늘어놨다.


나도 처음에는 정말 그런 건 줄 알고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고, 이제는 화해하고 앞으로 잘 지내자며 서로 이야기를 마무리 하고 자리를 떠났다.


아. 집으로 가는 길에 지갑을 보니, 아까 전화를 받을 때 너무 당황해서 카드를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그대로 놔두고 온 게 기억이 났다. 집으로 가고 있다가 다시 돌아서서 그 커피숍으로 향했는데, 그 사람은 나를 알고 있는 다른 엄마를 불러서 내 욕을 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먼저 말을 건넸다.


"아직 집에 안 갔네요? 뭐하고 있어요?"

"아... 어...."

"나는 아까 카드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가서 다시 왔어요. 먼저 갈게요."


순간 당황한 기색으로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 사람의 얼굴을 봤다. 그 사람의 그런 행동과 표정을 보니 너무 황당하고 속은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 네가 진짜 하고 싶었던 건 화해가 아닌 시비였구나.'


말과 행동이 다른 인간. 사람은 절대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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