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알람이 울린다.
꿈나라 가자~~
매일 저녁 여덟 시는 잠자리 모드로 전환되는 시간이다. 늘 그 시간에 같은 알람이 울린다. 아이와 함께 알람 소리를 골랐기에 바로 반응을 한다. 아이들의 볼멘소리가 들려온다.
아이! 벌써?
엄마 나 오 분만 더 놀래요.
나도! 스토리 봇 놀이 더 하고 갈 거야.
엄마 먼저 자~ 레고 기차 더 만들고 갈래요.
그래 엄마 잘 준비할게.
오분 있다가 들어와~
거실 조명을 또 한 단계 낮추고 방으로 들어간다. 커튼 박스에 달아놓은 벽 조명을 가장 어둡게 맞추고 이부자리를 펼치고 있으면 겨울씨가 책을 들고 쪼르르 달려와 안긴다.
엄마! 우리 벧타임스토리 하자~
요즘 푹 빠진 책들 Merry Christmas Big Hungry Bear, We're Going on a Bear Hunt, Pete the Cat 등등 책을 읽어달라고 가져온다. 읽어달라고 했지만 내가 읽기 시작하는 순간 바로 손으로 내입을 막고 자기가 읽기 시작한다. 아직 글자를 모른다. 페이지마다 대사를 다 외워서 손가락으로 짚으며 읽는 척을 한다.
자기 전에는 딱 한 권만 읽어줄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이 습관이 되어서 진짜 딱 한 권을 읽고 잔다. 더더더! 졸라도 짤 없다. 누워서 눈을 감는다. 그 사이 가을씨는 거실 불을 끄고 들어와 자기 자리를 찾아 눕는다.
자기 방에서 혼자 잔다며 잠자리 독립이 간간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하루 이틀 그러다 무서운 생각이 들었는지 안방으로 다시 슬금슬금 돌아온다. 듣고 싶은 책을 골라 오디오북으로 틀어주면 대부분 듣다가 잠이 든다. 그전까지 겨울씨는 누웠다 일어났다 아주 부산하지만 모르는 척 누워 눈을 감는다.
아침 시간을 쓰기 힘들어하는 이들이 가끔 질문을 한다.
미라클 모닝 어려워요.
어떻게 그렇게 일찍 일어나요?
대답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 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잠이 많은 사람이다. 7~8시간은 자야 한다. 알람 없이 4~5시에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9~10시에 자니까. 참 별 것 아닌 대답에 묻는 사람이나 대답하는 사람이나 허무할 때도 있다.
자는 시간은 함께 하는 일정이기에 알람을 맞추고 깨는 시간은 나의 일이기에 알람이 없다. 알람을 맞추지 않는 이유는 몸에 맡기고 싶기 때문이다. 몸이 자연스럽게 알아서 할 수 있도록. 적당히 잘만큼 자면 알아서 일어나고 피곤한 날은 또 적정 수면시간을 알아서 채울 수 있도록 배려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좋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좋지만 나는 고요히 혼자 있는 순간에 에너지가 생긴다. 누군가를 만나면 반갑고 좋고, 대화의 재미도 느낀다. 그러나 모임 뒤에는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하느라 한 삼일 정도는 푹 쉬어야 한다. 그렇기에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의 모임은 불가능하다.
지난 2월까지 온 가족이 다 함께 있었다. 아침 시간을 놓치면 혼자만의 시간은 요원해진다.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이 시간을 포기할 수 없다. 아이들 재우고 하는 밤에 하는 북토크, 글토크도 좋지만 언제 잘까 버티며 조바심 내지 않고 그냥 함께 스르르 잠드는 순간이 하루 중 두 번째로 좋다.
제일 좋은 시간은 이 새벽의 공기를 맡을 때이다. 4~5시에 눈을 떠 몸을 쭈욱 늘리고 일어나 살금살금 주방으로 간다. 물을 끓이며 눈을 감고 명상 겸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깨운다. 따뜻한 물이나 커피를 들고 내 자리에 앉아 '감사합니다' 한마디를 적는다.
감사한 일 많고 많지만 그냥 딱 한 마디로 충분하다.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살아있고 이 하루를 감사로 시작한다는 사실이 좋다. 이 시간을 위해 깨어 있는 시간을 적절히 분배하고 계획한다. 놓치고 싶지 않은 나만의 시간을 위해 오늘도 여덟 시부터 잘 준비를 한다.
여러분의 미라클 타임은 언제인가요?
그 시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
@글쓰는 별사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