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사탕앤디 Jul 11. 2021

여름밤 함께 달리기

아이들과 따로 또 같이






살금살금

조용조용

집이란다

제발조심


달려달려

뛰어뛰어

어서와라

밖이구나


달리기도 질색이고

여름도참 질색인데

이럴수가 놀랍구나

내마음이 달라졌네







2021년.

올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도, 말만 들어도 질색인 일들도 어디 한 번 시도해보기로 했어요. 왜냐하면 어느 순간 마음속에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되고, 이건 힘들어서 하기 싫고, 저건 그냥 싫어서 하기 싫고.


머리로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마음, 편견 없이 열린 마음, 포용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곤 하지만 사실은 마음속에 편견이 가득합니다. 이미 판단하고 해답을 내어놓고 그 틀 안에서만 행동하고 맴돌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기 싫은데 뭐하러 해, 힘든데 뭐하러 해, 달리기는 절대 안 할 거야'라며 빨리도 방어막을 치곤 했습니다.




그래, 싫으면 싫은 건데, 그 일이 왜 싫은 거지? 혹시 해보고 싶은데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두려운 것은 아닐까? 잘 하고 싶은데 실망하기 싫은거 아닐까? 한 번쯤은 아래로 내려가 그 마음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기로 했어요. 진짜로 싫은 건지 말로만 싫은 건지 사실 저도 궁금합니다. 어디 한 번 시도나 해보자, 그때도 아니면 말고. 


걷다 뛰다 걷다 뛰다 일명 걷뛰를 3월에 시작했어요. 벌써 5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힘차게 운동화 끈을 고쳐매는 날도 있었고, 밍기적 거리면서 나간 날도 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여름밤, 아이들과 함께 밤공기를 맞으며 산책을 했습니다. 달리고 걷고 달리고 걷고, 멈춰서 관찰하고 뒤로도 갔다가 앞으로도 갔다가...... 아이들은 그냥 걷지 않더라고요. 그냥 뛰지도 않고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길 위를 춤추듯 미끄러져 갑니다. 



그렇게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달리기. 때로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혼자 달리는 순간은 그 순간대로 좋고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달리는 이 순간도 달리기도 그 나름대로 즐겁네요. 이 아이들처럼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고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인생이 즐거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글쓰는 엄마

@andie_thewriter



매거진의 이전글 이것은 박스가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