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지나간 자리에는
끝내 설명되지 않는 시간이 남는다.
그 시간은
또렷하지도,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은 채
예고 없이 돌아올 때가 있다.
익숙한 선율 하나가
그 시간을 불러낸다.
끝났다고 믿었던 감정이
노래로 돌아와
다시 마음을 건드린다.
그래서 우리는
노래를 듣다가
이유 없이 멈춘다.
그것은 음악이 아니라,
그 안에 남아 있던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다.
이 장의 노래들은
사랑이 아니라
사랑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을 말한다.
말하지 못한 마음,
끝내 닿지 못한 순간들,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는 선율.
어쩌면 우리는
사랑이 아니라
그 사랑이 남긴 음악을 기억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어떤 노래는 끝나지 않는다.
연주가 멈춘 뒤에도
또 다른 시간 속으로 스며들어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
사랑은 지나가지만
그때의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음악은
그 남겨진 것들을
끝까지 붙들고 있다.
노래는 멈추지만,
침묵은
또 다른 이야기를 준비한다.
아직 불리지 않은
어떤 이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