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네오 형을 만난 것은 조제와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난 후 일 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간 나는 부러 연락을 하지 않았다. 실은, 조제에 대해 했던 말들에 대한 뼈아픈 후회를 지난 일 년 동안 마음에 담아둔 탓이었다. 형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형은 조제와의 이별이 더할 수 없이 담백했다고 전하며, 두 사람에게 지고 있던 마음의 무게를 덜어주었다.
"조제는 어땠어?"
"헤어질 때 가장 아끼던 SM킹 잡지도 주던 걸."
그랬구나, 나는 말줄임 속에 하고픈 말을 묻었다. 미소는 머금고 있었지만, 그의 입가는 '조제'라는 이름을 발음할 때마다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누가 먼저 헤어지자고 한 거야?"
끝내 멍청한 질문을 던지고 만 쪽은 나였다. 하지만 츠네오 형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줄곧 그의 입술은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달싹거리고 있었으니까.
조제도 나도 아니었어. 다만 시간이 흘렀을 뿐이야. 영원한 사랑을 지속시키는 힘을 가진 불멸의 시간은 없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모든 게 달라졌지.
"그때 내가 한 말이 걸렸던 건 아냐?
내내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어."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짓더니 하이네켄을 들이켰다.
거품이 묻은 입술을 손등으로 쓰윽 문지르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부인하진 않을게. 지쳤으니까. 이러다 정말 평생 그녀를 업고 다녀야 하는 건 아닌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으니까... 그런데, 고작 그런 이유로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모습이 어쩐지 역겹더라.
저질이지 않냐?"
"정말 힘들면
트럼펫을 불 힘조차 사라지는 법이야."
나는 형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일련의 연애 과정에서 오는 설렘은
가장 먼저 휘발된다는 사실, 유일한 버팀목인 연민의 감정마저 마모되면 종내는 무엇이 남는지를,
사랑을 하고 있을 때의 우리는 잘 알아채지 못한다.
설사 그 누구를 위한지도 모를 부채를 떠안는 심정으로 곁에 남는다면,
그것은 결국 두 사람에게 상처만 줄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는 건, 어쩌면 핑계 인지도 몰라." "아니야, 형은 최선을 다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