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3. 엄마의 레시피대로 만들어본 큰언니의 생깻잎지 도전기
형부는 미국 사람이다.
아시아, 그중에서도 중국에서 산 세월이 자그마치 십 수년이 넘는다.
심천, 상해, 베이징을 오가며 회사 생활을 했다.
심천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던 큰언니를 만나
연애결혼을 한 후,
형부는 아시아 음식 중에서
특히 한국음식을 정말로 사랑하는
내 기준, 절반 이상의 '한국사람'이 되었다.
형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엄마표 소고기육개장,
양념고추부각, 깻잎 반찬 등이다.
양념고추부각은 나도 정말 좋아하는 반찬 중 하나인데,
큰언니 네가 휴가 차 한국에 오는 시기면,
형부와 나는 절대적으로 양보하기 어려운
선의의 양념고추부각 경쟁자가 되곤 했다.
(양념고추부각을 하나라도 더 먹기 위해
밥상머리에서 펼쳐지는
현란한 젓가락 움직임이라니!)
코비드 19가 장기화되면서,
현재 상해에 거주 중인 언니 네는,
엄마표 밑반찬을 얻어먹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큰언니는 자구책으로
엄마표 반찬 만들기를 흉내 내고 있다.
가족 단톡 방은 아주 가끔,
세 자매와 엄마의 반찬 만드는 이야기로 시끌시끌해지곤 한다.
(우리 집 두 남자인 아빠와 남동생은 이때만큼은 감감무소식)
행여, 엄마가 걱정하실까
조심스레 내게 메시지를 보내오는 큰언니.
"밑반찬의 힘이 얼마나 센지,
삼시세끼 해 먹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더라.
엄마는 어떻게 일곱 식구의 삼시 세 끼를 책임지며 살았는지 몰라."
일곱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다가
어린 네 남매가 차례대로 고향을 떠난 후,
어느 해의 환한 가을,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
다시 그중의 한 아이가
갈색 눈의 외국인 사위와 결혼을 해
두 아이의 엄마가 되기까지,
엄마표 반찬은 이역만리에서 온
갈색 눈을 가진 형부의 낯선 입맛까지도 가뿐히 사로잡았다.
맛이란 무엇일까?
간장물엿마늘생강쪼끔
사과다마내기메실깨
모든 재료가 구비된다고 해서 척척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터.
우리는 그저 비슷한 듯 묘하게 다른 엄마의 '맛'을 영원히 흉내 내는 것 뿐이라고.
아주 가끔,
가공되지 않은 모든 날 것의 재료를 손에 쥐고
이것으로 뚝딱뚝딱 무얼 만들 수 있을까 싶어
두렵고 허망한 기분으로 이렇게 중얼거릴 때가 있다.
하다 보면 될까?
하다 보면 될까?
그럴 때마다 나의 엄마, 명순 씨가
반복적으로 우리에게 되새기는
말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야야, 그런 의심을 거두고
그래하다보만 된데이!
그래 하다 보면
잘하게 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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