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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예지 Aug 13. 2021

허공에 집 짓기

보이지 않던 장면을 발견하는 일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홀연, 포착하는 날이 있다.

그날도 그랬다.


카페 지붕 위에 쪼르르 모여 있는

고양이, 새, 나무늘보(판넬)가 귀여워 사진을 찍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고양이도, 새도, 나무늘보에 대한 기억도 휘발되듯 사라진 그 자리에

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꿋꿋이 거미줄을 치고 있던

거미 한 마리가 (그제야) 보이는 게 아닌가.


빛에 반사된 투명한 거미줄,

의지할 곳을 제 스스로 만들어가던

느린듯 우아하게, 역동적으로 줄을 잣던 몸짓.


흘긋 지나쳐간 풍경 속,

가만가만 소리 없이

 제 할 일을 하던 너.


'너, 허공에 집을 짓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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