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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선물 받고 살아요

by Ander숙

계절이 바뀌어가니 아이들의 옷장을 정리했다. 두꺼운 옷들은 차곡차곡 접어 상자 안에 넣고, 한결 가벼워진 옷들로 옷장을 채워준다. 이렇게 한바탕 정리를 하고 나면 새 계절엔 또 어떤 옷들을 사주어야 하나 하며 머릿속에 쇼핑목록을 적어본다. 해마다 철마다 아이들의 새 옷을 산다. 또 매일매일 새 물건을 싣고 택배가 집으로 날아들겠지. 언젠가 남편이 그런 아이들을 보고 '우와, 매일 선물 받고 부럽다~'하고 말했다.


사실 나도 매일 선물을 받는다. 유치원에 다녀온 둘째 딸이 매일 그 작은 가방에서 무언가 주섬주섬 꺼내어 나에게 준다. 한 동안은 종이접기를 해서 주더니, 요즘은 그림을 그려서 준다. 보통 3명의 여자를 그리는데 엄마, 언니, 자기란다. 그러면서 '엄마는 누구하고 싶어?'하고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꼭 그 애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고 싶어 잠시 고민하다가 하나를 짚는다. 그러면 이유도 알고 싶어 한다. 나는 머리모양이나, 표정이나, 옷 스타일을 이야기하면서 마음에 든다고 한다. 다른 애들은 어떻냐고도 묻는다. 쉽지 않은 딸내미다. 다른 친구들도 이래서 예쁘고, 저래서 귀엽다고 하면 그제야 만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이 집 안 곳곳에 붙여져 있다. 딸내미가 손수 붙인다. 집 인테리어는 조금 구질구질해 질지 몰라도 그 그림들과 마주치면 웃음이 절로 난다. 둘째는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자신의 지분을 만드려고 노력한다. 치마 입고 구두 신은 여자아이 셋이 있는 그 그림들은 항상 웃고 있다. 그러니 나도 웃음이 난다. 그렇게 매일을 정성스럽게 나를 위해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들고 그려 주다니, 이런 게 바로 사랑이구나 싶다. 이걸 꼭 오랫동안 기억해야지. 비록 여기저기 붙은 그림과 색종이들을 아이 몰래몰래 하나씩 티 안 나게 버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을 기억해야지. 그리고 내가 더 많이 줘야지. 눈 감을 때까지 퍼다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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