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럭키비키잖아!
내가 습관적으로 자주 하는 말, 1위는 '다행이다' 2위는 '어쩔 수 없지'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자주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요즘처럼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는 '다행이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봄철에는 미세먼지가 많은데, 이렇게 바람이 쌩쌩 부는 날에는 미세먼지가 적어서 참 다행이다'하고 말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날씨가 더워지면 '그동안 추워서 바깥놀이를 못했는데 날씨가 따뜻해져서 밖에 나가 놀 수 있겠다. 참 다행이다'하고 말한다. 이 말속에는 지금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예기치 못한 일들이나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일에 대해 가능한 좋은 면을 먼저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분을 좋은 상태로 두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에서 겪은 속상한 일들을 말할 때면 속상한 마음에 공감해주고 난 뒤 '그건 어쩔 수 없지'라고 말해 준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너무 연연해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이렇게 쓰고 나니 참 좋은 엄마처럼 보이는데, 사실 참 좋은 사람은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긍정적인 태도와 기분을 심어주고 과거에 매여있기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가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나 자신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나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주 상상하며 걱정한다. 또 과거의 행동에 대해 두고두고 후회하고 곱씹는 경향이 있다. 그런 내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다. 때문에 아이들에게 더욱 이런 말을 의식적으로 더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맙게도 '말'에는 힘이 있다. 자주 그렇게 말하고 생각하니 나의 사고방식도 차츰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예전보다는 불행 시나리오를 덜 쓰게 되고, 불행 비디오도 덜 보고 있다. 이 또한 참 다행이다. 아이들을 키우며 나도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