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피(pipi) 1

by 수키

이 글은 ‘소변’에 관한 이야기이다. 계속 이 단어를 반복하면 조금 거북할 수 있으니, 이하 ‘피피(pipi)’라고 부르겠다.

나는 화장실을 자주 가는 편이다. 집을 나서기 전이나, 어딘가에 도착한 직후에도 꼭 화장실에 간다. 이런 강박은 두 사건으로 인해 생겼다.


고등학교 1학년 4월 어느 체육 시간, 체육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수업 종료 10분 전, 우리는 마무리 체조 후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뒤편에서 수줍은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쉬 쌌어요.”


반에서 가장 키가 큰 친구, ‘구피’의 목소리였다.
순간 내가 뭘 잘 못 들었나 싶었다. 평소 장난기가 많은 구피가 선생님을 놀리려는 것이려니 싶었다. ‘아무리 장난치고 싶어도 그렇지, 오줌이 뭐냐’하고 생각하며 슬쩍 뒤쪽을 보았다.

바닥이 흥건했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 앞만 바라보았다.


‘누가? 설마 구피가? 아니면 구피 옆에 친구가 싼 것을 구피가 대신 말해준 것일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올랐다. 체육관에도 순간 정적이 흘렀다. 반 친구들 모두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침묵을 깬 것은 선생님의 목소리였다.
“그래~ 구피랑 반장은 교실로 먼저 가고, 다른 애들은 체육관 정리하자” 한없이 차분한 목소리였다.

구피는 어색한 미소를 띠며 반장과 함께 자리를 떴고, 남은 아이들도 말없이, 그리고 일사불란하게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가 끝난 후, 선생님께선 반 아이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은 우리 반만 아는 비밀이다. 절대 소문나는 일 없도록 하자. 알겠지?’ 하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네!!!”하며 크고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만사에 귀찮아하고 반항적인 여고 1학년이 아니라, 선생님 말씀 잘 듣는 바르고 순진한 초등학교 1학년이 된 듯했다.


약속은 잘 지켜졌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음 수업 시간이 되었고, 다음 날이 되었고, 다음 달이 되었다. 우리 반은 1학년 중에 가장 말썽이 많은 반이었지만 이 사건에 대해서만큼은 따뜻하고 모범적인 반이었다.

누구도 구피에게 그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것은 도저히 장난으로 승화시킬 수 없는 사건이었다.

그래서 어쩌다가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 일은 나에게 꽤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다 큰, 어른이나 다름없는, 고등학교 1학년이 그렇게 피피를 해버릴 수 있었을까?’
구피가 좀 모자란 아이였을까? 아니다. 수업 중에 화장실 가겠다는 말을 못 할 정도로 소심한 아이가 절대로 아니었다.


그렇다면 선생님이 아주 무서웠을까? 그것도 아니다. 선생님은 여태껏 만난 체육 선생님 중에 가장 온화한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거의 어른인 친구가 ‘실수로’ 피피를 싸버린 것이다. 그 후, 나는 ‘혹시나 나도’ 그런 실수를 해버릴 수도 있다는 강박이 생겼다.


그래서 쉬는 시간마다 피피를 하고 싶든 말든 일단 화장실에 갔다. 귀찮을 때도 많았지만 그래야 마음이 놓였다.


시간이 지나자, 피피에 대한 강박도 조금씩 없어졌다. 여전히 그 사건은 잊을 수 없었지만, ‘설마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하며 마음을 안심시켰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번째 사건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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