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임신하고 7개월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나는 보통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부터 간다. 오랜 시간 습관이기 때문에 내 방광은 아침마다 ‘피피’로 빵빵해져 있었다. 게다가 임신 중인 배는 하루가 다르게 커져 방광을 압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무렵 난, 바로 화장실로 갈 수 없었다. 잠귀가 밝은 첫째는 내가 일어나면 바로 깨어나기 때문이었다. 하루를 조금이라도 더 늦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 첫째를 조금이라도 더 재우고 싶은 마음으로 나는 매일 피피를 꾹 참고 누워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모두가 깨어난 아침, 드디어 화장실 변기에 앉아 시원한 해방감을 맛보려던 참이었다. 이상하게도 피피가 나오지 않았다. 분명 엄청나게 피피가 마려운 기분이었지만 아무 소식이 없었다.
‘조금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생각하며, 물을 조금 더 마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또다시 물을 마셨다. 피피는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배에 힘을 줘 봐도, 눌러보아도 안 되는 것이었다.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걷는 방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주저앉은 채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점점 배도 아프고 식은땀까지 나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신랑과 함께 산부인과로 향했다. 혹시나 가는 길에 차에서 피피를 싸버릴까봐 첫째의 기저귀까지 챙겨 들었다. 병원에 도착한 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접수대에 앉았다. 심각한 복통으로 간호사 선생님에게 상태를 설명하기조차 힘들었다. (이때 느낀 복통은 산통보다 더 심했다. 끔찍했다)
마침내 분만실로 갔다. 그리고 소변줄을 꽂고 나서야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몸에 가득 찼던 통증과 긴장들이 피피와 함께 스르르 빠져나갔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고, 긴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선 큰 일은 아니라고 안심시켜 주셨다. 당분간 피피를 볼 때마다 따가울 순 있지만 금방 괜찮아질 것이라 하셨다. 그리고 절대 피피를 참지 말라고 하셨다.
한동안 변기에 앉을 때마다 그때의 통증이 떠올랐다. 다행히 그 후 한 번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이 사건을 겪고 나서 나는 다시 피피에 대해 강박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절대 피피를 참지 않고, 피피가 마렵다 싶으면 바로 화장실로 갔다. 하루에 10번 이상을 갔다. 영화관에서도, 기차를 타기 전에도 꼭 화장실에 갔다. 둘째가 6살이 된 지금은 그런 강박도 조금 줄어들었다. 그래도 남들 보다는 좀 더 자주 화장실에 가는 편이다.
쓰다 보니 왠지 화장실 냄새가 나는 글이 되어버렸다. 늦었지만, 양해를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