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담을 마치며.
매일 글쓰는 모임, 글쓰담 3달간의 긴 여정이 끝났다. 평생을 쓰는 사람이 되어보겠다는 다짐을 한 사람이 '겨우 세 달'을 길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우스워보이지만, 매일 쓰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글쓰담을 시작한 이유는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쓸 수 없었다. 굳이 쓸 필요는 없는 것이니깐. 참 모순적인 마음이었다. 정작 쓴 것은 하나도 없으면서 '내가 왕년에는 말이야~, 내가 마음만 먹으면 말이야~'하며 심각한 자기 불일치에 빠져 자괴감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뭐라도 쓰기 위해서는 찾아낸 것이 글쓰기 모임이었다. 자발적인 강제성, 강제적인 자발성을 이끌어 내가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돈을 쓰는 것이다. 일단 내 돈이 한 푼이라도 들어가면 그것이 아까워서라도 해보려 노력하게 된다.
글쓰담은 아주 느슨한 글쓰기 모임이다. 매주 일요일 저녁, 웬디님이 월~금 동안 쓸 글감을 준다. 그러면 매일 자신의 SNS에 글을 쓰고, 단체카톡방에 인증을 올리는 것이 전부이다. 피드백이나 첨삭 같은 것은 없다. 처음에는 '이게 다라고?' 하는 허무함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한 주, 한 주가 지나면서 그것이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일임을 알았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얻었고 또 배웠다.
먼저, 매일 쓴다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배웠다. 휴직 중이라 시간적 여유가 많은 상황임에도 매일 쓰는 것은 힘들었다. 스스로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얄팍한 것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글쓰기는 절대로 우아하지도 편안하지도 여유롭지도 않은 일이었다.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글감을 받으면 내 안에 어떤 이야기를 끄집어 내야하나 하루 종일 생각을 해야 할 때도 많았다. 쉬고 있어도 쉬는 것이 아니었다. 집안일을 하면서도 수영을 하면서도 계속 머릿속은 나의 과거를 나의 생각과 마음을 헤집고 다녀야 했다.
독자를 생각하면 글을 쓰는 것이 또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되었다. 글쓰담에서는 자신의 SNS에 글을 쓴다. 그렇기 때문에 일기처럼 글을 쓸 수는 없었다. 어쩌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사실 방문자 수가 0인 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은 나만 보는 일기장에 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모임의 팀원들이 볼 수도 있고 적어도 웬디님은 매일 봐주겠지 하는 마음이 들자 조금 더 신경 써서 글을 쓰게 되었다. 사실 그전에 난 아무도 보지 않을 글을 쓰는 것이 싫었다. 열심히 써봤자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을 한 것 같았다. 그것은 내가 이제껏 글을 쓰지 못한 핑계 중 하나였다. 그런데 매일 누군가 봐주는 글을 쓰면서 그런 마음이 결국 인정욕구에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어릴 때는 상을 받고 싶어서 글을 썼다. '이번에는 내가 꼭 대상을 타야지'하는 마음으로 원고지를 채워나갔다. 625에 관한 글쓰기를 할 때 할머니의 고향이 이북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가슴이 북받쳐 오르는 아이의 심정으로 통일은 염원하고 있다며 수필인 양 소설을 썼다. 그렇게 쓴 글로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을 받을 때,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을 몰랐다. 그땐 어렸으니깐. 하지만 지금의 나 역시 조금도 자라지 못한 채 그대로였다. 역시 잘 쓰네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쓰는 글은 소금물이었다. 마시면 마실 수록 갈증은 더 심해져 갔다. 답답했다. 좋아하는 일이 싫어지는 괴로운 시간이었다. 독자를 생각하면서도 나를 솔직히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글쓰기와 달리기는 지루한 혼자만의 싸움이다. (사실 나는 달리거나 걷기 운동을 하지 않는다.) 세상에 반드시 써야만 하는 사람이나 반드시 뛰어야 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자신이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그 긴 시간을 같이 달려줄 크루가 있어야 한다. 굳이 '힘내자! 화이팅!'하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옆에서 비슷한 호흡으로 보폭으로 달려주는, 그냥 달리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내게 그런 좋은 크루가 되어준 글쓰담에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 쓰지 않았다면 몰랐을 수많은 어려움들은 내 발바닥에 단단한 굳은살이 되어 더 오랫동안 달릴 수 있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앞으로는 스스로의 힘으로 써 볼 생각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벌써 또 막막하다. 그래도 내가 꼭 써보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고 싶다. 그러다가 또 혼자 쓰는 것이 힘에 부치면 러닝크루와 함께 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굳이 장담하지도 않고 편안하고 솔직하게 써보고 싶다. 내 글이 뭐 그렇게 유명해질 리도 없으니 그냥 편안하게 나를 위해 써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