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캠프준비

모집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by 수키

우당탕탕 웰다잉 캠프 준비가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캠프의 장소와 날짜를 확정 지었다. 단풍이 가장 예쁠 11월 초, 임고서원 충효문화수련원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주요 타깃은 '가족'이었다. 30~40대 자녀와 그 부모님으로 구성된다면 가장 좋을 것 같았다. 죽음이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기에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타깃을 생각해 보니 1박 2일간의 일정과 프로그램의 방향을 조금 더 분명히 할 수 있었다. 포스터 제작, SNS 홍보, 프로그램 구성, 웰다잉북 제작 등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해치워나갔다. 이렇게 간단하게 한 줄만 적었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좌절과 고뇌가 녹아있었다. 어떤 때에는 '내가 왜 이걸 시작했을까? 돈 한 푼 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하며 후회하기도 했지만, 일단 시작했으니 끝을 보자는 마음으로 나를 다독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모집'이었다. 홍보방법도 막막했고, 무엇보다 노쇼가 첫 번째 걱정이었다. 지자체 보조사업이다 보니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쉽게 신청하고 대수롭지 않게 불참해 버리는 일이 일어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처음에는 참여의사가 확실하고 혹시나 불참하게 되더라도 미리 연락을 줄 수 있는 주변 지인들 위주로 홍보에 나섰다.


'1박 2일 동안 경치 좋은 곳에서 가족과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캠프. 게다가 무료라니!' 하며 자신 있게 친구들에게 권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무도 참여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지인들의 답변은 대게 이렇게 시작했다. '프로그램은 너무너무 좋아 보인다. 나도 정말 참여하고 싶은데...'


"신랑한테 애들 맡기고 친정부모님이랑 1박 2일 하기가 좀 눈치가 보여" 내 친구들의 자녀는 대부분 미취학아동들이다.


"그러면 부모님만 오셔도 괜찮아. 사별의 슬픔이 가장 크다고 하니깐, 부부만 참여해도 의미가 있을 거야!"


"우리 엄마아빠는 둘이서 나가면 싸워. 분명히 엄마는 가고 싶어 하고 아빠는 싫다고 할 거야. 그때부터 싸움이 시작되는 거지."


대부분의 반응이 이러했다. 또는 부모님과 같이 웰다잉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심란하다며 거절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머리가 어질 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내 생각에게 사로잡혀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은 아닐까? 내 경험에만 의존하며 확증편향된 정보만을 바탕으로 웰다잉을 바라본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일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내 지인들은 아주 일부의 표본집단이다. 하지만 그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가족이 함께 이야기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고, 필요하다고 느끼더라도 실천하기는 부담스러워한다. 그리고 감히 예상하건대 앞으로 그들에게 닥칠 '죽음'이라는 운명은 준비할 새도 없이 찾아올 것이며, 죽음이 남기고 간 아픔과 상실감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붙잡고 설득할 수는 없었다. 일단 프로그램 운영에 차질이 없기 위해서는 지인 초청방식이 아닌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방법을 취해야 한다.


'누구에게 홍보할 것인가?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어디에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 새로운 미션이 주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보편적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