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클럽에서 얻은 기회
나는 길모퉁이에 있었다.
곧게 뻗은 길이 아닌, 구부러지고 꺾인 길모퉁이. 때때로 길모퉁이를 돌아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자나 깨나 웰다잉 캠프 '참여자 모집'에만 신경이 곤두서 있었던 나날들이었다.
어디에다 홍보를 해야 할지 막막했다. 3~4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해야 할까? 아니면 장노년층? 그들이 모여있는 곳은 어디일까? 설령 어딘가에 주요 고객층이 모여있다고 하더라도 덜컥 찾아가 홍보를 할 용기도 좀처럼 생겨나지 않았다. 나를 잡상인이나 사기꾼으로 취급하진 않을까? 하며 시도하기도 전에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걱정으로 시간은 흘러가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모집인원 0원을 유지한 채 애만 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동동거리는 나를 보며 프로그램에 대해 자문을 해주시던 은인이 말했다.
"시니어 클럽 쪽은 어때요? 활동적인 장노년층 데이터베이스가 많을 것 같은데."
일단 이메일을 보내보기로 했다. 영천을 비롯하여 인근 지역의 시니어클럽에 홍보 메일을 보냈다. 회신은 없었다. 영천 시니어클럽에는 전화를 걸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00 단체의 수키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 단체에서 이번 '영천시 문화귀촌 런케이션 프로그램' 공모사업에서 선정되어 장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웰다잉'을 주제로 임고서원에서 1박 2일 하며 다도,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준비했습니다. 프로그램 참여자 모집을 위해서 혹시 제가 홍보할 수 있는 모임이 있을까 싶어 연락드렸습니다."
최대한 여유롭게, 자신감 있게 준비된 멘트를 마쳤다. 적당히 '네네~ 잘 알겠습니다~'하고 거절하겠지? 그러면 뭐라고 대답할까 고민하던 찰나 수화기 너머로 씩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좋은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시네요. 그런데 저희는 주로 어르신들 일자리를 만들어서 보내는 곳이라 어르신들이 모여있는 곳은 없어요. 괜찮으시면 5~60대 어르신들께 문자메시지라도 보내드릴까요? 한 7~8천 명 정도 연락처가 있습니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호의적인 반응에 놀라고, 문자메시지까지 보내주신다는 호의에 더 놀랐다. "어휴, 그래주시면 저는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고 휴대폰을 든 채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몸짓을 보냈다.
문자메시지에 대한 응답률이 크게 기대되지는 않았지만, 뭐라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뻤다. '아 전화해 보길 정말 잘했다.' 하며 기뻐하던 찰나 다시 시니어클럽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혹시 비용문제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없다고 하려는 건 아닐까. 전화벨이 울리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상상은 저만치 날아가있었다.
"아 선생님 다름이 아니라, 저희 관장님께서 프로그램 이야기를 들어보시더니 '웰다잉'이 지금 시기에 참 좋은 주제 같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미니특강을 요청해도 될까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저희가 준비된 예산이 없어 강사료를 드릴 수 없지만 가능하실까요?"
너무나 뜻밖에 말에 잠깐 생각이 멈췄다. 일단 해보자.
"물론 됩니다. 제 이야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셔서 정말 기쁘네요. 저도 사실 처음이고 준비하는 단계라 많이 미흡해서 감히 강사료를 받을 정도는 아니고요. 이렇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처음 시니어 클럽에 홍보 메일을 보낼 때만 해도 나의 자신감은 바닥을 넘어 땅굴을 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거라도 해보자 하며 걸었던 전화 한 통이 이런 기회를 만들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의 것. 기회는 두드리는 사람의 것.
앞길을 알 수 없는 길모퉁이에는 어떤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한 번 더 힘차게 걸어보자. 설레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