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쁜 숨을 몰아쉬며 창구 의자에 털썩 앉는다.
- 통장 한 번 찍어봐도. 안 찍은 지 한참 됐다.
나이가 많아 죽겠다. 다 살았는데도 안 죽는다. 곧 있으면 90이다.
통장을 기장하는 동안 연신 '힘들어 죽겠다'며 말한다.
- 기초연금 들어왔고요, 활동비도 들어왔네요.
통장면을 보며 '그래그래 이것도 들어왔고, 저것도 들어왔네.' 하며 꼼꼼히 살핀다.
- 30만 원만 내도. 에이고 아직도 안 죽고 살아있다.
- 그래도 정신도 아주 총명하고 눈도 밝네요. 누가 90이라 카겠어요.
- 아니다. 내 인자 다 살았다.
- 아까 보니깐 허리도 꼿꼿하고, 노인일자리도 하고 건강하네요 뭐.
- 그래, 내가 그 정도 할 힘은 남아있다.
- 나이 많아도 건강하면 되지. 제가 보니깐 아직 한참을 더 사시겠는데요.
- 아이고, 나이 많이 먹었다. 이제는 갈 때도 됐다.
- 그게 맘 대로 되나 뭐.
- 그런 그렇지.
- 30만 원 찾아서 뭐에 쓸라고요.
- 장에 갈라고 그라지.
- 장에 가서 맛있는 것도 많이 사드시고, 따신 옷도 사 입고 하세요.
- 그래그래, 고맙다. 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