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주 죽고 싶을 때면
연필을 쥐었다
울퉁불퉁한 마음을 손가락으로 훑으면
기필코 상처가 날테지
그 사이로 피가 날테지
소름이 돋고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래서 나를 읽을 방법은 영영 없었지
짠 맛은 슬픈 맛이야
눈에서 흐르는 슬픈 맛 단어들
발치에 치일만큼 쌓여 섬을 이룬다
섬을 주워 종이에 옮겼다
그제야 내가 나를 더듬더듬 읽었다
처음 엄마라는 소리를 들은 엄마처럼
울컥하면서
아프다 말 못하는 아픈 강아지의 주인처럼
발을 동동 구르면서
더듬더듬 종이를 훑으며
한참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