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이 되었지만 여전히 방황 중인 나에게
난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게 참 많은 아이였다. 호기심이 많아 관심사도 다양했고, 스스로 마음먹으면 못할 게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기억나는 첫 번째 꿈은 피아니스트다. 6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귀가 좋아 학교 작곡반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피아니스트가 될 만큼 재능이 있진 않았다. 대회도 몇 번 나갔지만 큰 상은 받지 못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는 발레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나는 여타 아이들처럼 발레복이 너무 예뻐서 발레가 좋았고,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발레를 하는 내 모습이 너무 예쁘다고 느껴서 발레가 좋았다.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지만 발레 또한 전공으로 할 만큼 큰 재능이 있진 않았다.
아, 시를 쓰는 시인도 되고 싶었다. 우연히 시를 쓸 때마다 학교에서 상을 받았다. 선생님들의 칭찬을 들을수록 더 글을 잘 쓰고 싶어졌다. '내가 다른 친구들보다 글을 잘 쓰나 보다.'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글 쓰는 재주로 대학까지 갈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글을 쓰지 않게 되었지만 어릴 적엔 글로 먹고사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중학생 때부터는 줄곧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 선생님, 혹은 국어 선생님.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선생님을 늘 꿈꿨던 것 같다. 입시를 끝내고 교육계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해 졸업을 하고, 개발자로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에도 나는 마음 한편에 고이 접어 놓은 교사라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사실 고백하자면, 직장을 다니면서 수능도 여러 번 접수했다. 작년에는 4년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교대를 가겠다는 일념으로 수능 공부도 잠깐 했다. 끝내 단 한 번도 응시하지 않았지만.
내 주변 사람들이라면 어쩌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교사라는 꿈을 위해 직장도 포기했으면서, 나는 30대가 다 되도록 단 한 번도 수능을 응시하지 않았다. 수능 후 대학을 가더라도 4년이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는 이유, 적당히 먹고살기 어렵지 않은 나의 현실과의 타협, 뉴스에서 들려오는 슬픈 소식들, 약 10년 만의 다시 하는 수능 공부와 결과에 대한 걱정 등등. 내내 선망했던 직업을 가지고는 싶지만 가는 과정의 초입에서부터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았다. 어쩌면 그토록 간절하지 않았던 걸까? 그건 아니다. 하지만 인정하겠다. 나는 초등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지만, 그 지난한 과정을 겪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과정 없는 결과가 어디 있는가? 그 긴 과정을 셈하기만 하고 끝까지 달리지 않은 것 또한 나의 선택이리라. 남들이 보면 그토록 원하던 꿈이라면서 참 끈기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도. 나의 지난 20대는 그랬다.
지금은 이직을 하여 새로운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여전히 먹고살기 나쁘진 않지만, 이 직업이 나에게 딱 맞는 옷은 아니라고 느끼며.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갈증에 내내 시달리며. 그렇게 일하고 있다. 그리고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이 글은 내가 다시 20대의 과오를 범하지 않고, 꿈을 향해 공부하고, 고민하고, 좌절하고, 일어나고 그 모든 과정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려갔으면 하고 쓰는 글이다. 앞으로 쓰일 나의 글, 나의 미래에서 나의 모습을 모두 긍정하고 나아갈 수 있길. 그래서 내가 의미 있다고 느끼는 삶을 살 수 있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