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
모든 것은 스러지기 직전에 가장 밝고, 가장 시끄럽고, 가장 뚜렷하다.
차라리 나도 그랬으면 좋으련만. 교활한 우울은 네 삶의 가장 밝은 순간은 자신을 만나기 전이라고 속삭인다.
회복되지 않는 멍은 점점 그 부위를 넓혀가고
어느 순간부터 온 세상이 회색으로 보이는 나는
마음에 문제가 생겨도 색각 이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어느새 집채만 한 파도로 변한 우울은 나를 집어삼킨다.
회색 세상의 일들은 점점 멀어지고,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소리는 더 이상 의미를 알아들을 수 없는 단순한 소리가 된다.
안 되겠다.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겠다.
그리고 우울은 기회를 놓치는 법이 없다.
무거운 팔다리를 버둥거려봐도 느린 동작으로 움직일 뿐 벗어날 수 없음을 직감할 때,
그나마 재빠르게 움직이는 나의 눈동자는
옆에 놓인 핸드폰을 보거나
창밖을 바라보고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