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즐거움 찾기
식세기는 우리에겐 효자템이다
"아~악!"
그녀의 날카로운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뜬다.
"왜?"
"바퀴!"
자전거, 차바퀴가 아니다. 벌레다.
오래된 아파트에 우리가 살기 전부터 인지 모를, 몰래 둥지를 틀고 서식하고 있는 아주 가끔씩 드러내는 진갈색의 외계 곤충 같은 그 모습에 누구든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부엌 쪽으로 나왔다가 어두워 순간적으로 불을 켜거나 우리가 갑자기 지나갈 때, 서둘러 지나가던 바퀴가 인기척을 느끼고 놀라 짐짓 얼음땡을 하고 있다.
바퀴의 오들오들 떠는 모습에 우린 더 놀라 괴성을 지르는 것이다.
'난 더 놀랬어, 인간들아!'
곤충의 모습으로 변해 가족과 동거하던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속의 주인공의 모습이 흡사 바퀴벌레와 비슷하였으리라.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한 곤충, 사람의 뇌리에 뿌리 깊게 각인된 곤충의 대명사 "바퀴벌레"다.
나도 싫다. 아주 많이...
우리 집에 가장인 내가 바퀴를 죽일 땐, 나는 재빠르게 신고 있던 실내화를 들어 세게 내리친다.
짓이겨져 누르스름한 내장의 흔적과 진물이 실내화 바닥과 거실바닥에 데칼코마니처럼 양쪽에 붙어있다.
징그럽다는 감정으로 살생인지도 인지 못하고 '쓱싹'휴지로 닦고 물로 닦아 생명을 쓰레기통에 가볍게 '휙'던져버린다.
'그럼, 생명인데 죽이지 말아야 하나? 음..., 그럼 모기는? 파리는?'
아우! PESM증후군(정신적 과잉 활동인)도 아니고, 이놈의 꼬리를 무는 생각이라니...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해충이니 약육강식의 논리로 강한 인간이 그냥 죽인다 생각하자.
무튼, 싱크대 밑에서 오랜만에 바퀴가 모습을 드러냈다.
싱크대에 쌓여있는 더러운 그릇들을 바라본다.
식기세척기를 들이고 나서 우리 부엌의 모습이다.
식기세척기에 꽉 차게 들어갈 만큼의 그릇을 모아 놓았다가 세척기를 돌리고 나면, 반들반들 윤이 나는 그릇과 깨끗해진 부엌의 모습을 되찾는다.
집밥을 먹는 한,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식기세척기는,
내가 파병에 걸려 손가락과 팔의 동작이 원할치 못하게 되면서 설거지 하는 것도 힘겨워지는 일이 되다 보니 요리를 주로 하던 와이프가 점점 모든 걸 하게 돼버렸다.
그래서 식기세척기라는 신문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사은품으로 주는 라디오프로에 진한 사연도 보내 봤지만 욕심만 앞선 사연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우리에게 유용할 거란 판단에 내돈내산 한 식기세척기다.
또 하나 안마기,
이 또한 파병 때문에 굳는 몸을 풀기 위한 핑계로 장모님도 사용 안 하는 제품을 조용히 들였다.
파병에 걸리지 않았으면 생각지도 않을 가전제품인데, 사용하다 보니 참 잘 샀다 싶은 게 지인들에게도 사용하라 권하고 싶은 편리한 제품들이다.
식기세척기와 안마기는 우리에게 닥친 상황에서 일상생활을 좀 수월하게 해주는 방편의 효자템인 샘이다.
그런데, 항상 좋은 것 뒤에는 문제가 따라온다.
물론 나쁜 것 뒤에도 좋은 것도 있다.(파병만 해도 어느 면에선 깨달음을 주기도 하니까.)
모든 게 그런 거 같다. 전적으로 좋다거나 나쁜 건 없는 듯하다.
싱크대에 그릇을 쌓아놓으면 그릇에 묻어있는 음식들로 더럽고 비위생적이다.
편리함은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또 다른 파생된 문제로 또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다고 구더기 무서워 장을 안 담그는 바보는 되지 말자.
배우고 도전하며 파생되는 오류나 문제는 수정하고 고치며 나아감을 택하자.
그래야 변화하고 발전하고 나아질 것이다.
그래야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
우선, 식기에 묻은 음식찌꺼기는 대충 헹구어 놓고 식기들이 절반이상 차면 세척기를 돌리는 걸로.
그리고 해충 퇴치를 하고...
그리고,
새 집으로 이사 갈 거야!!!
※ PESM(Personnes Encombrées de Surefficience Mentale): 정신적 과잉 활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