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즐거움 찾기
허송세월하느라 바쁘다.
비가 오는 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도서관에 걸어서 다녀온다.
편한 운동복 차림에 대여책이 담긴 에코백을 어깨에 걸치고 우산도 가볍게 기댄다.
축축이 젖은 정돈된 도보길에는 빗물을 밟는 차소리와 나의 발걸음 외엔 인적이 없다.
1분의 시간, 수없이 많은 정보를 담고 전할 수 있는 숏폼(1분 미만의 영상)을 정신없이 만들다 나와선지 한적한 이 길이 여유와 사색을 안겨준다.
그러나, 금세 '지나는 1분 동안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란 생각에 또다시 폰을 들어 영상기능을 틀어 공간과 시간을 담고 있다.
순간, 왜 이리 정신없는 하루하루 보내나 싶어 덧없단 생각하게 되고...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인지?'
김훈작가는 허송세월을 부정한 의미로 말하지 않는다.
작가의 그 말엔 헛되이 보내었다는 의미보다는 인생은 공수래공수거의 덧없음과 함께 여유자적한 안빈낙도의 삶을 내포한 의미로 쓰인다.
햇볕을 쏘이며 앉아 있는 시간, 세포가 일어나 살아있음을 느끼는 시간을 허송세월이라 표현했다.
그래서 그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말한다.
그렇게 도서관에 도착해서 못 다 읽은 부분을 마저 읽고 빈 에코백에 그의 문장을 다시 담아 우산을 어깨에 가볍게 기대 쓰고 다시 한적한 그 길로 집을 향해 걸어온다.
오는 길에도 인적은 없고 차소리와 나의 발걸음만이 유일하다.
요즘 내 생활은 온라인으로 정신없이 소통하지만 실체를 만나는 일은 드물다.
오늘도 사람냄새는 흔치 않아서 말이 입안에 갇혀 나올 기회는 여전히 없다.
오랜만에 마실 나간 와이프가 돌아와야 나의 말이 뛰쳐나올 게다.
이렇게 걸으며 사색하는 주말저녁,
잠시 작가에 물든 나도 평화와 행복을 느끼느라 허송세월로 바쁘다.
집에 들어와 비 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따듯한 차를 한 모금 마신다.
'아, 따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