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라이언이 브라이언을 인터뷰했다.
드디어 이뤄졌습니다. 카카오 대표 엔터테이너 라이언과 카카오 창업자 브라이언의 만남.
카카오톡 10주년을 맞은 브라이언이 크루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영상 인터뷰(http://kko.to/briantalk)로 담아내면서 이 만남이 성사가 됐는데요. 영상 인터뷰의 진행자가 바로 라이언이었죠.
영상에 전부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라이언만 알고 있기 너무 아까워서, 여러분에게도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성공하는 사람의 습관부터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고민까지. 라이언이 전해주는 브라이언의 솔직하고 따뜻한 이야기들, 함께 들어 보실래요?
카카오 다닌다고 하면 가장 흔하게 받는 질문이 “카톡 이모티콘 공짜로 쓸 수 있어?”일 거예요. 브라이언 역시 업무적으로도 카톡을 많이 사용할 텐데요, 즐겨 쓰는 이모티콘이 있나요?
지금 앞에 있어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로 저는 라이언 이모티콘만 씁니다.(웃음) 제일 많이 보내는 게 엄지척 라이언이에요. 주변에서 라이언을 닮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해서, 라이언 이모티콘을 보내면 왠지 내 감정을 더 잘 드러내는 거 같아 즐겨 쓰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웃음)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기만의 ‘루틴’이 있다는 것인데요. 브라이언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아침형 인간인지, 저녁형 인간인지 궁금하네요.
저녁9시부터 12시 사이가 취침 시간이에요. 사실 취침이라기 보다 그 사이 언젠가 쓰러져서 자는 편이죠. 그리고 새벽 4시에서 6시 사이에 일어나다보니 아침에 여유가 많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해요. 그러면서 여러가지 루틴이 생겼습니다. 요즘엔 일어나서 강아지와 산책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해요. 돌아와서 스트레칭 및 약간의 운동을 하고 샤워하는 루틴은 10년 동안 빼먹지 않고 있어요. 중간 중간 음악을 듣고 책도 읽고, 또 정보 습득과 재미를 위해 구독하는 콘텐츠들을 보기도 합니다. 정보 습득을 위해서는 경제 트렌드, 시사, 뉴스 요약을 보고 있어요. 재미를 위해서는 취미인 골프 영상을 보거나, 그래프로 여러가지 데이터를 보는 콘텐츠를 들여다 봅니다.
작년 봄 100up 스피치에서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라는 문장을 자주 언급하셨던게 기억에 남아요. 이것이 브라이언의 인생을 지탱해주는 강력한 한 마디였나요?
흔히 인생의 명문장이라고 하는 것들을 새겨 들으려고 했어요. 20대 때 가장 영감을 줬던 문장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다’ 라는 것이었어요. 자극이 온다고 무의식적인 반응을 하는 대신, 그 반응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정체성이 더욱 견고하게 쌓이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여기서 말하는 자극이라는 건 누군가의 말 한 마디나 행동일 수 있겠죠. 그 자극에 반응하는 태도가 결국 내가 아닐까 싶었어요. 또 다른 전환점이 됐던 시기는 네이버를 떠나면서였는데요. 이 다음에 뭘 해야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룬 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만난 문장이 “배는 항구에 정박할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은 배의 존재 이유가 아니다” 였어요. 어찌 보면 이 문장이 나를 다시 이 세상 속으로 끌고 들어온 원동력이 됐죠. 여기서 멈추지 말고 항해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자라는 이야기에서 큰 영향을 받았어요.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라는 문장에서는 삶에 대한 전반적인 통찰을 얻을 수 있었는데요. ‘진정한 성공이란 게 이런 거구나’ 라는 걸 단비처럼 반갑게 정리해준 문장이에요. 지금 제 카톡 프로필의 상태 메시지도 이것이구요.
언제부턴가 저도 항상 익숙한 것들만 찾게 되더라고요. 음악도 듣던 것만 듣고 서비스도 맨날 쓰던 것만 쓰고요. 브라이언은 일부러 새로운 것들을 써보려고 하고, 자극을 찾는 편인가요?
맞아요. 관성의 법칙이라는 게 있어서 사람은 보통 해왔던 대로 하면서 가장 에너지를 적게 쓰려고 하죠. 변화라는 것이 가장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거라서요. 그 때문에 아마 했던 대로 하려는 습관이 붙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은 습관을 가진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결국 또 다른 폐해는 하던 것만 하려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거겠죠. 이런 이유로 저는 ‘일상의 모험’이란 표현을 좋아해요. 일상에서 한 가지라도 새로운 걸 해보자는 시도라고 생각해서요. 초창기엔 앱들을 많이 다운 받고 썼지만 지금은 그걸 큰 모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를 보거나 기발한 생각들이 더 흥미로워요. AI나 블록 체인 같은 새로운 기술이나, '화성에 간다'는 아이디어 같은 새로운 도전들에 저도 자극을 받아요. 카카오라는 이름에 한계가 지어지면 안되니까, 계속해서 새로운 모험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얼마 전에 브라이언의 기부 기사를 접했어요. <스파이더맨>의 명대사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가 떠올랐는데요. 이런 기부 활동을 통해 어떤 영향력을 전파하고 싶으세요?
가진 능력보다 더 많은 성공, 부가 따라왔기 때문에 그 이상에 대한 사회 환원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어요. 사실 저는 ‘책임’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을 가지고 카카오 창업에 참여했기 때문에 그 일환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의 카카오는 조금 더 사회와 함께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몇 년 전부터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조직이 기업’이라는 것을 자주 이야기해왔어요. 기업이 선한 의지를 갖는다면 확실히 더 나은 세상이 되는데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예요. 카카오의 10년 역사를 돌이켜보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많이 창출했고, 그 다음에 세상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데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생각이에요. 하지만 조금 더 나은 세상에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자문을 해보면 사실 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요즘과 같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19의 상황에서 카카오가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는 걸 절감했어요. 그런 맥락에서 조금 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더 적극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누구든 인생에서 한번쯤 고비를 만나게 되는데요. 그럴 때 힘이 되어준,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이 있나요?
도움을 준 수 많은 사람들이 있지요.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내가 무언가를 상상하고 해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돼요. 그러면 항상 결론은 부모님이에요. 두 분 모두 단순히 ‘할 수 있다’는 말뿐만 아니라 온 힘을 다해 저를 지지해주셨거든요. 부모님을 통해 무한하게 인정 받고, 자신감을 얻었던 것들이 지금까지 축적되어 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거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라고 도전할 수 있었어요. 저 역시 자식을 낳아보니까 그렇게 조건 없는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인정을 해주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더라고요. 또, 책을 읽으면서도 작가의 통찰력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브라이언 또한 부모님의 입장에서, ‘나는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아빠인지’ 생각해본 적 있으세요?
과연 훌륭한 아빠, 좋은 아빠였을까에 대해서는 반성할 게 좀 많아요.(웃음) 20년 전, 창업을 했던 때에 아이들이 태어났는데 제대로 안아준 적 없이 바쁘게 보낸 시기여서 미안한 마음이 커요. 지금보다 나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가족 안식년을 갖고 여행을 다니기도 했고요, 친구처럼 어울려 노는 시간도 많이 가지려고 했습니다. 그런 노력들이 나름 결실을 맺지 않았을까 싶어요. 만약 지금 제 아이들이 아빠를 평가한다면, 그래도 '친구 같은 아빠'라고 얘기해줄 것 같네요.
좋은 리더, 좋은 아빠, 좋은 남편 여러 역할이 있겠지만 사실은 ‘좋은 어른’이 되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을 거 같아요. 브라이언은 어떤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가요?
요즘 정말 관심있는 주제인데요. 어른이라는 걸 한 동안은 나이로 측정했지만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정보의 격차가 없어진 지금은 물리적인 나이가 어른의 기준이 될 순 없다고 생각해요. 살아오면서 녹아있는 경험과 선택들, 이런 것들의 총량이 결국 그 사람을 말해줄 텐데요. 그 과정에서 어른이 된다는 건 지혜로워진다는 의미겠죠. 지혜를 갖추기 위해 또 중요한 건, 내가 아는 선에서 충고나 비판 또는 판단을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누군가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것, 이것이 좋은 어른의 덕목 같아요. 섣부르게 뭔가 조언을 한다는 건 정말 경계해야 해요. 사실 요즘 아이들이 아는게 훨씬 더 많을 수도 있거든요.(웃음) 그래서 저 역시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경청하고 공감하고 지지해주려고 노력하는데요. 생각보다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나 때는 말이야’ 라는 얘기들 많이 하잖아요. 특히나 어느 정도 성취하고 성공한 리더일 수록 ‘나는 이렇게 했는데 너는 왜 못해?’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을 거 같아요. 브라이언 또한 “이건 이렇게 하면 되지 않아?”라는 말을 삼킬 때가 있겠죠?
옛날에 한게임을 처음 만들 때, 또 그 다음으로 카카오를 만들 때에는 기술로 뭔가를 변화시키는 거에 대한 전체적인 구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기존의 경험이 현재에도 적용이 되지 않는 시대죠. 완전히 변화되고 있고 기존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어요. 인터넷 세상일 때만 하더라도 저 나름대로 전문가였을 수 있지만, 모바일 시대 그리고 점점 바뀌고 있는 현재는 또 달라요. 카톡 같은 경우에도 초기엔 제가 아이디어를 열심히 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입을 많이 다물죠.(웃음) 왜냐면 담당 크루들이 충분히 고민을 했을테고, 내 생각대로 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거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저보다는 사용자들과 접점이 더 있는 크루가 더 많은 아이디어와 노하우가 있을 거라고 신뢰하기에 이제는 그냥 다 맡기고 “잘 해줘” 정도로만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물론 초반에는 좀 쉽지 않았죠. ‘어, 이거 왜 안되고 있을까?’ 하는 조급함도 있었는데 지금은 기다리게 돼요. 내 생각과 다른 더 중요한 게 있을 거란 믿음으로요.
브라이언에게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 같아요. 고민의 내용은 대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일텐데 주로 어떤 이야기들을 해주시나요?
힘들 때 구하는 조언에 대해서는 ‘경청, 공감, 지지’의 3가지 원칙을 따릅니다. “힘들겠구나, 어렵겠다, 하지만 그래도 잘 할 수 있을거야” 라고요. 그 외에 기억에 남는 조언이 두 가지 있어요. 하나는, 모임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어떤 사람이 계속 책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저는 누가 얘기할 때 말을 끊는 편이 아닌데, 그 때만큼은 탁 끊었어요. “오랜만에 다들 모였는데 그런 피상적인 이야기 말고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네가 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난 그 친구는 그때부터 인생이 좀 바뀌었다고 해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망한 인기 강사가 됐거든요. 제가 한 말이 전부는 아니었겠지만 전환점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두번째로는 제 지인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한 조언이에요. 자식의 진로에 대해 고민 만큼은 아낌없이 조언을 해요.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우리가 살아왔던 세상이 아니다. 우리가 무언가가 되라고 조언을 하는 거는 망하는 지름길”이라고요.(웃음) 그냥 아이들을 믿고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좋아하고 또 잘할 수 있는 걸 선택하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거든요. 이건 지금도 사람들 만나면서 자주 하는 조언이에요.
함께 일 하는 사람들에게서 브라이언이 듣고 싶은 칭찬, 최고의 찬사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좋은 어른이라는 의미에서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표현을 들었으면 제일 좋겠지만 사실 좀 쉽지 않겠죠? 그래도 남기고 싶은 단어는 계속 호기심이 많고 상상하며, 그 상상을 이루려고 하는 사람. 또는 ‘꿈을 꾸는 사람’이란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