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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 Jan 11. 2021

7년 새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카카오페이의 탄생과 혁신

금융 비즈니스에는 ‘안 되는 일’이 많다. 소중한 자산이 오가는 일이기에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책들이 켜켜이 쌓여 있기에 그렇다. 하지만 사람들의 일상이 모바일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된 이후에도 이런 상황을 두고 보는 게 옳을지, 물음표를 던지며 탄생한 서비스가 있다. 카카오페이다.

 

모바일 환경에서 물건을 살 때 왜 열여덟 단계나 거쳐야 하지?’라는 2014년 초반의 질문은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를 일으켜 현재의 카카오페이가 됐다. 간편 결제 서비스로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현재 송금, 선불카드, 멤버십 연동, 청구서, 투자와 보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결 손쉬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점심 식사를 함께 한 사람들끼리의 정산을 카카오톡 안에서 몇 초 만에 끝내거나, 결제하고 남은 자투리 동전을 이용해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게 해주는 식이다. 


20년 넘게 이어져 온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를 폐지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시행된 2020년 12월 10일, 카카오페이를 찾았다. 카카오페이는 공인인증서를 뺀 온라인 결제 서비스를 처음 내놓은 주역이다. 공교롭게도 이 날 카카오페이증권이 영업 개시 및 펀드 판매 이후 10개월 만에 1000억 원대 펀드가 등장하기도 했다. CEO 알렉스(Alex)를 만나 카카오페이가 어떻게 탄생하고 혁신해 왔는지 들어봤다. 


#어렵게 뗀 첫걸음 

카카오톡 팀에 입사해 mVoIP(mobile voice over Internet protocol. 모바일 인터넷을 활용한 음성 통화) 서비스 ‘보이스톡’ 출시를 마친 개발자 알렉스는 직군 전환을 신청했다. 학부와 대학원, 그간의 직장 생활에 이르기까지 개발자로 살아왔지만, 직접 사업을 만들어 보기 위함이었다. 본질적인 변화를 처음부터 설계해보겠다는 마음에서였다.

첫 발령지는 커머스 부문 내 신규사업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성장하던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필두로 ‘새로운 무언가’를 고민하는 조직이었다. 쑥쑥 크던 서비스의 이면에 절반에 육박하는 결제 실패율이 있었다. 2012년 하반기 당시, 이용자들은 모바일에서 물건 하나를 사기 위해 열여덟 번의 화면 전환을 감내해야 했다. 공인인증서 없이 결제하는 방법, 화면 전환 횟수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소규모 프로젝트 팀이 꾸려졌다.


2012년 8월 22일 카카오톡 선물하기 결제 시작 화면. 이 화면에 이어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결제를 마칠 수 있었다


프로젝트팀은 사용 빈도가 잦은 결제의 편의성을 해결해 이용자를 모으면 대출이나 보험 등 규모가 큰 금융 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결제나 송금을 인터넷 서비스의 ‘트래픽’과 같이 여긴 것인데, 기존 금융 기업들이 생각하던 사업 우선순위와는 정 반대의 행보였다. 인터넷과 모바일 태생의 카카오이기에 할 수 있는 발상이었다. 


방향성은 선명했지만 해결책을 찾는 과정은 지난했다. 카카오톡과 선물하기, 카카오스토리, 게임하기 등 기존 서비스만으로도 카카오에는 개발자가 부족했다. 어떤 외부 솔루션을 탑재해야 할지, 관계당국과 금융사는 어떻게 설득하고 동참시킬지 등 본격적인 숙제들을 마주했다. 빠른 개발을 위해 우선은 외부 솔루션을 활용하여 카카오가 서비스를 구현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비스의 빠른 개발과는 별개로 신용카드사들을 설득하는 데는 1년 3개월이 걸렸다. 내부 설득도 만만치 않았다. 금융 비즈니스를 카카오톡 안에 심는 것에 관해 반대 기류가 컸다. 안 그래도 기득권 사업자들의 견제가 심한 카카오톡인데, 금융 서비스까지 들어오면 숱한 견제에 휘말릴 게 뻔하다는 의견들이 힘을 얻었다. 서비스 출시를 준비해 온 알렉스와 경력직으로 갓 입사한 엘제이(Eljay. 현 카카오페이 결제사업 클랜장)는 회사 앞 햄버거 가게에 마주 앉아 만약 카카오에서 결제 사업을 출시 못하게 된다면 퇴사해서 회사를 만들자는 결론을 내렸다. 


알렉스는 다음날부터 카카오 내 의사결정권자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에 나섰다. 며칠 뒤, 의장과 대표이사, 사업부장들이 함께 하는 포커스 테이블이 열렸다. 치열한 논의 끝에 “해보자”는 결론이 났다. 이 결론을 내기까지 1년 반의 시간이 필요했다. 2014년 2월 중순, 구성원 3명의 페이먼트 사업부가 꾸려졌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알렉스는 이 무렵을 “문지방이 닳도록 여덟 개 카드사와 금융 당국을 찾아 다녔다고 회상했다. 카카오를 잠재적 파트너가 아닌, 경쟁자 혹은 침입자로 인식한 신용카드사들의 담당자와 미팅 약속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기 전 만들어진 법률을 바탕으로 규제와 지원을 하는 금융 당국은 어떤 잣대로 일을 처리해야 할지 난감해했다.  


우여곡절을 겪는 중에 페이먼트 사업부는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을 충원해 10여 명 규모의 조직이 됐다. 서비스 오픈을 하루 앞두고는 함께 하기로 한 신용카드사 상당수가 돌연 불참을 선언했다. 감정이 격해진 한 서비스 기획자는 동료들 앞에서 펑펑 울기도 했다. 


이미 흐름은 모바일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우리는 카카오페이와 계획대로 협업하겠습니다”. 


알렉스는 결정을 번복하지 않은 한 신용카드사 담당자로부터 ‘난리통’에 들었던 이 한마디가 여전히 귓가에 선하다고 말했다. 2014년 9월 5일, 카카오페이는 신용카드 간편 결제 기능만을 담아 안드로이드 OS에서 먼저 출시됐다. 일각에서는 다수 신용카드사가 불참한 ‘반쪽짜리 서비스’라며 평가절하했고, 한쪽에서는 드디어 지갑 없는 시대가 본격화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가장 냉정한 반응이 나온다는 주식 시장에서 카카오페이의 성장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PG(Payment Gateway) 사업자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카카오톡 안드로이드 4.6.5 버전에서 2014년 9월 5일 처음 선보일 당시의 카카오페이 UI


사업을 구상하고 준비하는 동안 예상 못한 변수도 생겼다. 다음커뮤니케이션 합병 법인 출범이 예정된 것. 합병 결정 발표 후 카카오가 처음 내놓는 서비스였기에 내부의 눈높이는 한껏 높아져 있었다. 상당수 카드사가 동참하지 않은 서비스를 ‘범용 결제’라고 부를 수 있냐는 비판이 나왔다. 불참을 선언했던 카드사들이 모두 다시 참여하기까지, 2년의 시간이 더 걸렸다. 이런 중에 여러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과 신용카드사들이 ’~pay’류의 간편 결제나 앱 카드 서비스를 출시했다. 2015년도에는 그 수가 30여 개를 넘었다.  


송금 서비스를 위해 시중은행을 하나하나 접촉해 모두와 협업하기까지도 2년이 걸렸다. 카카오페이가 긴 시간 쉽지 않은 길을 뚜벅뚜벅 걸을 수 있었던 핵심 동력에 관해 알렉스가 말했다. 


지금의 비즈니스 구조와 형상은 서비스 출시 때부터 그리고 있었어요기존 금융 회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던많은 이용자들이 모이게끔 하는데 집중해서 발걸음을 뗐기에 필연적으로 적자를 감당해야 하는 사업 구조죠하나하나 새로운 편의를 내놓았고, 다른 많은 기업들이 카카오페이의 행보를 뒤따릅니다카카오는 이런 비즈니스 구조를 이해하고 감내하는 회사예요. 반면 다른 회사들은 CEO 임기 내 성과를 내야 하죠. 우리가 일관성 있게 인내심을 갖고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전략적 인내

카카오페이의 비즈니스들은 이용자들의 불편을 줄이거나 없애주는 데서 출발했다. 표면적으로는 작은 변화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단순화하거나 제거해야 했다. ‘뱅크월렛카카오’라는 별도의 서비스로 운영한 송금 비즈니스나, 외부 솔루션을 활용하던 간편 결제 시스템을 카카오페이 자체 솔루션으로 내재화하는데 3~4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이유다.  


지금은 충전 잔액으로 무료 송금을 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구상을 현실화하기엔 법적 근거가 없었다. 무료 송금이라는 이용자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은행권과 손잡고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이면에서는 종전 송금 수수료 대비 할인된 비용을 카카오가 부담하는 식이었다. 실제로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를 중단하고 카카오페이에서 모든 시중은행 계좌를 다시 사용할 수 있기까지 2년이 더 필요했다. 간편 결제 서비스 역시 카카오페이가 원하는 속도로 개선을 해 나가기엔 파트너사와 공감의 폭이 달랐다. 표면적으로 카카오페이는 천천히 조금씩 변하고 있었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쉼 없는 물길질을 하고 있었다. 


2015년 초 카카오페이 광고 영상. 당시 복잡했던 모바일 결제 환경을 엿볼 수 있다.


알렉스는 서비스 출시 이듬해인 2015년부터 외부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었다. 카카오 내 사업부로 남을 경우 여러 서비스들 사이에서 카카오페이가 우선순위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출시 후 1년이 되기까지 카카오페이는 5백만 명 정도의 이용자를 모았는데, 수천만 단위의 ‘국민 서비스’들에 안팎의 관심이 쏠리던 시기이기도 했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규제나 협업 구조 등 여러 이유로 속도감 있는 사업 전개가 어렵다고 반응했다. 긴 시간 많은 리소스가 투입되더라도 감내할 가치가 있다고 반응한 전략적 투자자가 나왔다. 알리바바그룹에서 분사해 나온 앤트파이낸셜 서비스그룹(알리페이)이었다. ‘생활 금융 플랫폼’이라는 지향점도 같았다. 1년 간의 조율 끝에 2017년 2월, 카카오페이는  2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그에 앞서 1월 이사회를 통해 의결한 대로 카카오페이는 2017년 4월 3일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 


#J커브 성장

페이먼트 사업부가 처음 꾸려질 때 3명이던 구성원은 법인 독립 당시 60여 명이 됐고, 2020년 말 현재 700명이 넘는다. 알렉스는 카카오페이의 지난 6년여를 회고하며 가장 결정적인 순간으로 분사를 꼽는다. 한때 경쟁 서비스에 추월당하기도 했던 지표들이 독립 법인 출범 후 빠른 의사결정 체계에 힘입어 1위 자리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사업 영역도 일관된 맥락 아래 넓어졌다. 이용자들이 ‘이랬으면’ 하고 원했지만 제도적 한계로, 혹은 산업 기득권의 논리 때문에 실현되지 못한 것을 만들어 내는 식이다. 전 국민이 불편해했던 공인인증서를 대체하는 카카오페이인증을 만든 것, 증권사를 인수해 금융업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알 투자나 잔돈 투자 같은 펀드 상품을 론칭한 것. 반차 휴가를 내고 금융사 창구에 앉아 ‘을’이 되는 전형적인 상황을 없애 준 대출 비교 서비스를 만든 것 등이 그렇다. 처음엔 ‘별종’ 같았지만 이젠 표준이 된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결제와 금융 서비스, 수수료 없는 송금 서비스가 탄생한 배경과 결을 같이 한다.  


P2P 투자와 대출 영역에서도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되 이용자 리스크를 제로에 가깝게 하는 본질적 차별화를 실현하고 있다. 2021년도에는 대출 서비스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불필요한 보장 항목을 제거한 ‘핀셋형’ 보험 상품을 강화할 계획이다. 어느덧 거의 모든 금융사들이 카카오페이 플랫폼에 참여했거나 참여할 예정이다. 


코로나 19가 온 지구를 괴롭힌 2020년. 카카오페이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을까. 알렉스가 말했다. 


항공이나 면세여행 등의 분야에서는 결제액이 확연히 줄었어요최근 몇 년간 기틀을 닦아놓은 오프라인 결제 쪽도 움츠러들었죠사회 활동이 줄다 보니 더치페이나 송금액 지표도 하락했습니다반면 배달이나 이커머스가 그 자리를 메웠어요또한축의금이나 경조사비 송금도 눈에 띄게 늘었죠모바일 결제에 친숙하지 않던 중장년층 신규 유입이 많았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었습니다아무래도 카카오 QR체크인 등을 통해 종전에 거리감을 느끼던 분들도 카카오페이의 QR 방식을 생활 속에 받아들인 게 주된 원인일 것 같아요.” 

 

J커브 성장과 함께 넓어진 업의 영역이 큰 리스크를 헷지(hedge) 하는 모양새다. 


#질문그리고 끈질긴 해결

이 모든 이야기들의 원점에는 ‘왜 이래야만 해?’라는 작은 질문이 있었다. 기존 플레이어들이 외면하던 그 질문을 끈질기게 해결하고 만들어 낸 메가 트래픽은 혁신의 자양분이다. 개간된 황무지가 비옥한 농토가 되고, 한쪽에서는 금융사들이 다른 쪽에서는 이용자들이 열매를 나눈다. 한 뼘 스마트폰 속 작은 앱 아이콘 이면에 만들어진 새로운 가치들이다. 


알렉스는 금전적 이득을 주거나시간을 아껴주거나재미가 있거나셋 중 한 두 개에 해당된다면 도전할 가치가 있다”라고 말한다. 법과 제도가 급변하는 시대 흐름과 엇박자를 내던 시절부터 카카오페이의 도전을 지켜봐 온 금융당국 담당자가 “7년 새 참 많이 바뀌었다는 말을 할 때면 그간 던진 작은 질문들이 큰 가치를 만들어 왔음을 새삼 느낀다고 했다. 사고 예방에 주력하던 금융 당국이 혁신성을 추구하게 된 것도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여러 테크핀(Tech Fin) 기업들의 도전이 가치 있었기에 생긴 변화다. “누구나 새 스마트폰을 사면 카카오톡부터 설치하듯, 금융 생활은 카카오페이 하나로 해결되게 하고 싶다”는 희망은 앞서 그랬던 것처럼 차근차근 실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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