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

오늘탐구생활 - 오늘의'좋아요'

by maybe



042.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


누구든 자기만의 서사와 기준이 있다. 그 기준이 어떻게 되든 누구에게나 절망하게 되는 순간은 찾아오게 마련이다. 10대에도 20대에도 절망하는 순간은 있었지만, 그 순간을 딛고 버티고 견디다 보면 결국 사람은 또 살아지게 되기도 한다는 걸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인생 30년 넘게 살았으니 조금은 여유가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많은 일들을 경험하고 나니 어쩐지 더욱 위축되어 있는 나를 발견했다.


삼재를 믿으십니까. '도'를 믿느냐 묻는 것처럼 허무맹랑한 소리인가 싶지만, 나는 어느 정도는 보이지 않는 '흐름'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다. 그전까지는 삼재를 따지지도, 따진 적도 없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삼재였다 목소리를 내본다. 작년까지 삼재의 그늘 아래 있었다.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고 많은 이들이 '삼재'와 같은 시간을 겪었겠으나 유독 그러했던 사고와 사건이 끊이질 않았다. 다치고 아프고 잃어버리고 사고 나고 실패하고 등의 다채로운 크고 작은 사건들이 내 일상에서 계속되었을 때, 검색어에 '삼재'를 쳐보게 되었던 것이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뭐가 참 유독 안되던 시기였다.


원인 모를 통증에 시달리거나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당하거나 코로나 시대에 도래해 2년을 준비했던 장기여행 계획이 어그러졌다. 뭐, 그래도 괜찮았다. 상처도 깊고 어느 정도 타격은 입었으나 삼재여서 그렇다고 여기면 이내 괜찮아졌다. 운이 나쁜 때도 분명 있는 거니까. 하지만 사기를 당했을 때는 전혀 괜찮지 못했다. 도무지 괜찮을 수가 없었다. 보지도, 만지지도 못한 큰돈이 그대로 빚이 되었다. 1억이 넘는 돈을 잃었고, 내 집을 잃었고, 삶의 계획도 방향도 잃었다. 모든 것이 함몰되어 깜깜한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깊은 나락에서 아직 모두 빠져나오지는 못했다. 아직도 나는 그 일을 수습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글을 적고 있는 이유는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다. 코로나 확진만 아니었으면 나는 판사의 판결문을 직접 들었을 것이다. 법원에 서서 앞으로 나의 3년은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 직접 확인했을 것이다. 이건 내게 무척 중요한 일이다. 누구보다 느린 속도로 삶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생은 결코 타인의 속도와 경쟁하는 것은 아니니까. 어제의 절망에서 한 걸음 내딛기 위해 발을 들어 올린 지금 이 상황이 내게는 어떤 것보다 큰 의미가 있다. 3년만 고생하면 모든 일이 끝나는 게 아니지만, 모든 것이 다 이전으로 되돌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괜찮아지기 위해서 한 걸음 더 내딛는 순간이 올 거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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