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9. 기억하고 떠올리고

오늘탐구생활 - 오늘의'좋아요'

by maybe



079. 기억하고 떠올리고


좋았던 것이 하나도 없었던 날에는 가장 좋아하는 것을 오래도록 곱씹어본다. 하루가 유난히 길고 고된 날에는 유난히 넓고 깊고 짜고 맑았던 청록색의 바다를 생각한다. 그 안에서 만났던 거북이를, 작은 물살이들을, 문어 선생님을, 숨을 내쉴 때마다 보글거리며 생기던 공기방울을 생각한다. 넘실거리던 파도 위에 몸을 맡겨두고 둥둥 떠서 느꼈던 물결을, 물 위에 누워 맞았던 햇살과 바람을 떠올린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깜깜한 바닷속에서 팔을 휘휘 저었을 때 파랗게 반짝이던 순간을, 짧은 야간 다이빙이 끝나고 새까만 하늘에 박혀있던 별들을 기억한다. 한여름 밤의 사라지는 꿈같은 느낌이 들지만, 분명 내가 살아온 시간 속에 존재하던 순간이었다. 상상이 아니라 있었던 경험이고, 결국 이런 기억들은 내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 언제고 오래도록 바닷속을 누비고 다녀야지, 한번 더 기운을 내게 해주는 환각제 같은 것. 하루가 유난히 길고 지쳤던 오늘은 머물렀던 어느 바다를 오래도록 떠올리며 괜히 달력을 넘겨보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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