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나의 장례식 초대장

매일 짧은 글쓰기 - 나의 '장례식'

by maybe



이 초대장은 저를 아는 모든 분들께 발송됩니다.

당신과 나의 관계가 무엇인지, 어떤 계기로 알게 되었는지, 혹은 시간이나 경중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잠시 스쳐간 만남일지라도 모두 제게는 소중했을 테니까요. 긍정적인 영향력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정의되지 않은 유연한 관계였기를 바랍니다.


당신께 나의 '부재'를 알립니다.

'부고'라는 표현은 지양하려 합니다. 삶과 죽음 혹은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로 가르고 싶지 않았습니다. 잠시 '존재'하며 이곳에 머물렀던 이가 다시 '부재'로 돌아가는 것뿐이니까요.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의 장례식은 사흘 간의 작은 축제이길 바랍니다.

그 어떤 절차나 격식 없이, 그 어떤 슬픔이나 아픔 없이 아쉽지 않은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혹 개인적으로 서로 풀지 못한 오해나 감정이 있다면 여기서 풀었으면 합니다. 준비된 음식과 술을, 저의 사진과 영상을, 그리고 소소하게 깃든 우리의 크고 작은 추억을 만끽하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다만, 이 축제에는 작지만 중요한 규칙이 있습니다.

드레스 코드는 '보라색'입니다. 작은 물건 하나라도 보라색이면 됩니다. 보라색 물건이 없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저의 보라색 물건들을 준비해 뒀으니 자유롭게 사용하시거나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흔한 블랙의 슬픈 장례식이 아닌, 예쁜 퍼플의 유쾌한 송별식이길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는 하얀 국화 대신 보라색을 가진 다양한 종류의 꽃으로 부탁합니다.


한 시절 함께 해준 그대, 나의 마지막을 배웅해주어 고맙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오늘은 부디 있는 힘껏 행복하길 바라며.


오늘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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