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이빙 도전 D-14

휴가 좀 다녀올게

by maybe



10대 초반에 파도풀에 휩쓸려 죽을 뻔했던 경험으로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바다에 가도 발만 살짝 담그며 그저 '보기'만 했고,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처음으로 바다를 '경험'했다. 10여 년 동안 그 사실조차 모르고 살다가 동료들과 수영장에 놀러 갔다가 그 경험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 났다. 해리성 기억상실증이었다. 왜 갑자기 휴가 카테고리에 어릴 적 트라우마에 대해 읊고 있는가. 이번 휴가를 위해 인생에서 중요한 도전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물놀이를 위하여.


길리는 다이빙 스팟이 워낙 좋은 곳인데, 스노클링 하기도 무척 좋은 환경이다. 그런 바다에서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게 매번 아쉬웠기 때문에 이번에는 스노클링에 도전해 보려고 계획하고 있다. 그.래.서 얼떨결에 프리다이빙 베이직 1단계에 도전해 보았다. 오후 반차를 쓰고 달려간 종합운동장역에는 물총을 들고 있는 젊은이들이 바글바글했다. 워터밤 행사가 있었다. 한편에서 다수의 누군가는 물을 즐기고 있고, 누군가는 물과 친해지려고 두려움을 참는 연습을 하러 수영장으로 가는 풍경이 제법 웃겼다. 5미터 풀은 언제나 두려움이 먼저 앞서고 긴장으로 온몸이 뻣뻣했지만,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그래도 꽤 괜찮은 도전이었다.


1. 스태틱 (숨 참기)

2. 이퀄 교육 (발렌젤/프렌젤)

3. FIM (줄잡고 하강)

4. CWT (덕다이빙&하강)


일단, 스태틱 기록 63초, 90초! 겨우 30초를 예상했 던 나의 숨 참기 첫 기록은 그 2배였고, 그다음에 호흡 욕구를 한 번 눌러 참고 숫자 다섯을 세고 올라오니 3배가 되었다. 강사님이 놀라면서 첫 도전에 1분 넘기 쉽지 않다고, 칭찬을 마구 해주셔서 살짝 으쓱해졌다.


제일 걱정했던 것이 이퀄이었는데, 물에 들어가기 전에 연습했던 이퀄 연습이 수월했다. 숨 참고 풀에 들어가 5미터까지 이퀄하며 내려가기를 여러 번 시도했으나 2-3미터에서 호흡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올라왔다. 거기다 사다리를 붙잡고 내려갔지만 부력과의 싸움에서 계속 실패했다. 결국 웨이트 벨트를 묵직하게 허리춤에 달고 핀도 벗어던지고 맨발로 도전했다. 그래서 성공! 여기서 자신감이 조금 올라왔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부이에서 줄 잡고 내려갈 때는 약간 당황했다. 이퀄할 틈도 없이 줄 바꿔 잡느라 바빴고, 긴장이 가득했으니 심박수도 빨라지면서 숨이 짧아지고, 덩달아 이퀄을 놓쳤으니 귀가 아팠다. 딱 그 순간 황급히 떠올랐다. 이때부터 당황하며 패턴이 깨졌고 안정되던 호흡도 흐트러졌다. 물속에 들어가면 마음이 급해졌다. 몇 번을 도전했으나 결국 실패의 연속. 기운이 빠진 내게 강사님은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자고 했다. 수영장 벽에 기운 없이 매달려 있는데, 강사님이 마지막으로 덕다이빙 한 번만 도전해 보자고 하셨다. 내심 겁이 났으나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해야 했으니까.


강사님의 시범을 보고 설명을 듣고 나서 홀로 부이를 끌어안았다. 호흡을 좀 가다듬다가 숨을 들이마시고, 숨을 참으며 코를 붙잡고 수면에서 이퀄을 하고, 허리를 숙여 5미터 바닥을 향해 힘차게 핀 킥을 찼다. 하지만 3미터 정도에서 호흡 욕구를 느끼며 재빠르게 떠올랐다. 부이를 붙잡고 호흡을 하는데, 강사님이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생각보다 너무 잘하는데요? 이 정도면 처음치고 정말 잘했어요!" 칭찬을 듣고 용기를 내어 내가 먼저 한 번 더 해보겠다고 했다. 물론 호흡이 깨져서 완벽한 실패. 다시 심기일전하고 물 위에 떴다가 머리를 아래로 향하며 킥을 부지런히 찼다. 5미터 바닥까지는 어림도 없었지만, 어렴풋이 감을 잡은 느낌이 들었다. 강사님이 자세 한 번 보라고 찍어준 영상에는 생각보다 곧은 자세로 바닥을 향해 내려가는 내가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다시 용기가 났다. 한 번 더 고개를 숙여 물속으로 들어갔다 올라왔다. 자세가 좋다고, 잘했다고 또 칭찬을 받았다. 풀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긴장이 풀리며 쥐가 난 듯 온몸이 아팠고, 돌아오는 지하철 열차 안에서 어지러움까지 느꼈다. 몸 컨디션은 나빴으나 마음 컨디션은 좋았다. 수영장 들어갈 때 잔뜩 먹구름을 머금고 비가 비치던 하늘이 그새 깨끗하게 개였다. 다음 주 교육 때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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