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짧은 글쓰기 - 짧지만 진한 1박 여행
IMF를 겪은 시기의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환경에서 자주 겪어보지 못한 것이 바로 '가족여행'이다. 방학이나 주말마다 국내 여기저기 혹은 해외까지 가족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내심 부러웠다. 어릴 때도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 가족들은 흩어져 살면서 더욱 가족여행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가족들과 함께 어디론가 떠나서 맛있는 걸 먹고 풍경을 보고 시간을 즐기는 것. 내게는 멀게만 느껴지던 낯선 것이었는데, 짝꿍의 가족여행을 함께 떠나게 되었다. 그의 부모님은 감사하게도 결혼 없이 앞으로의 삶을 함께 하기로 한 우리의 결정을 받아들여 주시고, 자연스럽게 가족여행에도 동행할 수 있게 해 주셨다. 혼인 관계로 엮인 관계가 아니어도 '가족'여행에 동행할 수 있구나. 참 감사한 일이다.
이 여행은 사실 올해 초쯤 5월 연휴에 제주로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가 얼핏 나온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내게 함께 갈 건지 의사를 물었고, 나는 가볍게 그러자고 대답을 했다. 내가 가지 않는다고 해도 그는 강요하지 않는다. 그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결국 제주 일정은 취소되고 서해로 1박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어버이날이 끼어있어 그의 외할머니도 동행하게 되었는데, 어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할머니 얘기를 꺼내셨다. 그의 가족과는 이미 몇 번 만나 함께 식사를 했기 때문에 안면이 있지만, 할머니는 처음 뵙는 상황이라 혹시라도 내가 부담을 느낄까 봐 신경 써주셨던 것. 나를 배려하고 계신다는 걸 충분히 느꼈다.
오랫동안 혼자 살아와서 누군가와 한 공간에서 같이 잔다는 건 낯설면서도 특별하다. 그래서 이런 경험은 색다르고 또 여러 의미로 내게 중요하다. 혈연과 혼인 관계의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타인으로 혼자 조금은 어색했지만, 걱정했던 것만큼 불편하지는 않았다. 느껴지는 배려가 고맙고, 주고받는 대화가 즐겁고, 마주 보고 먹는 음식들이 맛있고, 유쾌함으로 채워지는 시간들. 그간 수많은 경험을 해왔고, 다양한 종류의 여행을 해봤지만 그의 가족과 함께 한 첫 여행은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될 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