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짧은 글쓰기 - 역시 아는 맛이 무섭다
"고모 닭갈비 먹고 싶다."라고 말하는 친구 졍에게 "나도."라고 대답했다. 이따금씩 유난히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 지금은 먹을 수 없는, 우리 고모가 팔던 닭갈비. 고모는 10여 년 동안 닭갈비 장사를 했다. 아파트 단지가 있는 주택가의 큰길에 있었다. 동네 장사치고 단골이 늘어나 장사가 잘 됐다.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그 동네에서는 제법 유명했다.
보통 닭갈비는 잘게 썰어 양배추와 여러 채소들을 양념과 함께 버무리며 볶는다. 고모 닭갈비는 양념에 재워둔 살코기를 통으로 먼저 익혔다. 겉이 제법 익으면 그때 썰어서 양념을 넣고 각종 채소들과 함께 볶는다. 이때부터 맛있는 냄새가 올라오면서 침이 고인다. 채소들이 숨이 죽고 고기가 익으면 불을 줄이고 먹기 시작. 고모는 상추를 꼭 챙겨줬는데, 살코기와 고구마, 채소들, 당면을 얹어 야무지게 싸서 먹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면 동그란 철판이 바닥을 드러낼 때 선택을 해야 한다. 우동을 볶을 것인가, 밥을 볶을 것인가. 보통 둘이 가서 먹으면 배가 불러서 둘 다 볶을 수가 없기 때문에 매번 진지하게 고민하다 우동을 볶고는 했다.
나는 구리까지 지인을 데려갈 정도로 자신만만하게 소개하고는 했다. 못해도 스무 명은 먹어봤는데 100%의 확률로 모든 이들이 만족했다. 졍은 부모님이 춘천 출신이라 어릴 때부터 닭갈비를 워낙 많이 먹어봤다고 했다. 자칭 '프로 닭갈비러'인 졍을 데려갈 때는 살짝 긴장도 했지만, 그녀는 한 입 먹더니 "맛있다!"를 외쳤다. 졍은 엄마와 몇 번 먹으러 갔다고 했다. 엄마도 맛있다고 인정했다고. 이로써 고모 닭갈비는 '역시 매우 맛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번화가로 가게 이전을 하고 나서 고모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다가 오랫동안 하던 장사를 접었다. 이후로 닭갈비 가게를 이곳저곳 다니며 먹고 다녔지만, 고모 닭갈비와 유사한 맛을 찾을 수 없었다. 고모는 요리하려면 할 수는 있는데, 그 맛이 아닐 거라고 한다. 대량으로 맞추던 양념의 맛이 다를 거라고. 몇 년 전 가족이 된 제부는 '장모님 닭갈비 좀 먹어보는 게 소원'이라고 외치고 있다. 먹어본 사람은 그립고, 못 먹어본 사람은 억울한 고모 닭갈비. 이제는 추억의 맛이 되어버린 고모 닭갈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