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언젠가 느긋하게 그림을 그릴 테야

매일 짧은 글쓰기 - 화실 다니는 근사한 할머니가 되어야지

by maybe



얼마 전 100일 동안 매일 낙서하는 모임을 가졌다. 대부분은 그림을 그렸고, 나를 포함한 몇몇은 글을 썼고, 누군가는 그림일기를 썼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부럽다. 언제든지 보이는 것을 그려낼 수 있고, 어디든지 종이만 있으면 그릴 수 있다. 그들은 지하철에서도 수첩을 꺼내고, 커피를 마시면서도 펜을 들었다. 100일의 시간이 흐른 후 각자의 낙서를 모아 작은 전시를 열었다. 매일 사진으로 보던 그림은 역시 실물이 훨씬 더 근사했고, 스케치북에 채워진 그림일기는 귀엽고 재밌었다. 역시 글자만 있는 것보다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 보기에 더 좋았다.


그림은 참 신기하다. 그리는 사람에 따라 시각과 색상이 달라지고, 그 분위기나 느낌도 미묘하게 달라진다. 몇 년 전 공항에서 긴 웨이팅을 할 때 어떤 이가 의자에 앉아 사람들을 그리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다. 아무것도 없던 노트에는 금세 공항의 풍경이 채워졌다. 그의 그림 속에서는 지쳐있던 사람들도 왠지 모를 활기가 느껴졌다. 그림 속에 누워있는 이들이 종이에서 일어나 비행기를 향해 걷는 상상을 했다.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만들어졌구나 생각했다.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림은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건강하게 돌아다닐 수 있을 때 여행을 부지런히 다니고, 언젠가 좀 더 나이를 먹으면 화실을 다니면서 그림을 배워보고 싶다. 곳곳의 풍경을 느리게 그리면서 해 그림자가 바뀌는 것을 지켜보고 싶다. 그러다 또 동네 마실을 다니며 공원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느긋하게 붓질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렇게 아주 근사한 할머니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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