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좀 다녀올게 - 공항은 아주 오랜만이라
6시, 알람이 울렸지만 전날 늦게 잔 영향으로 30분 늦잠. 더 잤으면 큰일 날 뻔했지만, 다행히도 잘 일어났다.
6시 반, 내 몸만 한 배낭을 짊어지고 집을 나섰다. 해외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할 무렵에는 거주지가 수원이었기 때문에 항상 공항 리무진을 탔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공항철도로 이동해 보았다. 사당이나 숭실대 근처에서 리무진 버스가 있는 것 같았지만, 배차간격이 길고 왠지 헤맬 것 같아서 안전한 지하철을 선택했다. 출근 피크시간은 피했기 때문에 다행히 가는 내내 앉아서 이동했다. 배낭이 크고 무거워서 약간 엉덩이가 걸쳐 있는 상태로 앉아 허리도 아프고 엉덩이가 배기기는 했지만 서서 가는 것보다는 낫지.
8시 20분, 두어 시간 걸려 인천공항 1터미널 도착. 체크인을 하려고 줄을 섰다. 비엣젯 항공 처음 타는데 "15kg 수하물 무료"로 표기되는 건 오류라고 했다. '그냥 부쳐주는 경우'도 있더라 하는 글도 보았고, '안되면 현장 추가하지 뭐' 하는 생각으로 무작정 기다려 보았다. 앞서 체크인했던 외국인 여성이 종이 한 장 들고 한참을 얘기했고, 무슨 일인지 캐리어를 열고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내 앞의 어떤 외국인 무리도 뭔가 얘기가 길어졌다. 대기 인원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생각 없이 그냥 서있다가 애매하게 배낭을 메고 30분 넘게 기다렸다. 아주 오랜만인 여행이라 살짝 긴장했던 것 같다. 카트에 배낭을 내렸어야 했는데 무겁다는 생각을 못 했다. '지금이라도 카트를 가져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어영부영 앞으로 앞으로 이동했고 드디어 내 차례. 역시나 수하물은 새로 추가해야 했는데, 카드는 안되고 무조건 현금/계좌이체로 받는다고 해서 바로 이체하고 짐을 부쳤다. 추가금 43,000원. 조금 아깝지만 예상했던 일이니 감수해야지.
9시 40분, 무거웠던 배낭을 벗었고, 약간의 해방감을 느꼈다. 티켓을 받아 들고 5분간 대기. 약국에서 지사제와 소화제, 멀미약을 구매했다. 신청해 두었던 환전금액 찾으려는데, 하나은행 창구가 꽤 멀어서 한참을 걸었다. 출국장 2번 출구와 가까운 곳에서 발견했고, 혹시 싶어서 100달러 추가해서 환전 완료. 코로나 시국 이후에 얼마나 여행객이 줄었는지 공항에 오니까 실감이 된다. 출국장 출구는 2개만 열려있었고, 식당이나 카페도 문을 연 곳이 별로 없었다. 비엣젯 체크인 카운터를 벗어나니 다른 항공사 앞은 텅텅 비었고, 출국장으로 나갈 때도 사람이 별로 없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탑승 터미널도 마찬가지였다. 바글바글 사람 많던 면세품 매장도 거의 닫았다. 슬슬 해외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지만,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아직인 걸까. 각국의 여행자들로 가득 차 활기 넘치던 공항의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게 될까.
10시 반, 탑승 전에 간단한 식사로 간단하게 샌드위치 같은 걸 먹고 싶었다. 가장 끝에 있는 탑승 게이트까지 걸어봤건만, 카페도 모두 문을 닫고 먹을 데가 마땅치 않았다. 그나마 푸드코트가 열려 있었는데, 선택지는 돈까스나 한식. 비행기 안에서 몇 시간을 앉아 있을 거라 살짝 고민이 되었다. 돈까스를 먹을까 하다가 역시 튀긴 건 부담스러워서 비빔밥을 주문했다. 물은 무조건 구매해야 했다. 나는 화장실 앞에 있는 식수대를 이용해서 물을 마셨고, 챙겨 온 물통에 물을 담으며 혹시나 싶어 멀미약을 먹었다.
11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 탑승 게이트 바로 앞에 있는 커피빈은 영업을 해서 다행이었다. 이 커피는 답답한 비행기에서 나의 생명수 역할을 해주었다. 대기하는 모든 사람들이 커피빈 컵을 하나씩 들고 있다. 10분부터 탑승 시작. '줄을 서시오!'라는 말에 우르르 일어나 한 줄 서기를 하는 한국 사람들. 느긋하게 앉아서 휴대폰 충전하거나 그제야 커피 주문하는 베트남 사람들. 주변 상황 눈치를 보며 슬슬 일어나려는 외국인들. 나는 26열 A 좌석으로 창가에 앉았다. 3개씩 붙어있는 좌석이 좌우로 있는데, 복도 쪽에는 키가 커 보이는 젊은 남자애가 앉아있었다. 짐을 올려두고 자리에 앉는데, 그가 뒤에 앉은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과 '중간 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으면 좋겠다'라고 주고받았다. 그 말을 하기가 무섭게 바로 덩치 큰 중년 남성이 우리 사이에 앉았다. 그와 뒤에 앉은 이의 대화가 갑자기 멈췄다. 잠시 정적. 자리가 비좁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