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호찌민으로 향하는

휴가 좀 다녀올게

by maybe



11시 40분, 비행기 안은 설렘으로 술렁거린다. 그리고 아이들이 일제히 울기 시작했다. 어느 나라 비행기건 간에 이륙하는 순간 아이들이 운다. 아이들이 울면 비행기가 뜨고 있다. 귀가 먹먹한 게 아프거나 중력을 느끼면서 힘들어서 그럴 테지. 얘들아, 알고 있니? 살다 보면 이 비행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시간이 흐르고, 지금 먹먹한 귀보다 훨씬 더 아프거나 힘든 순간이 온다는 거. 살다 보면 귀가 먹먹함을 느끼는 이 순간만 기다리게 되는 거. 비행기는 제시간에 출발했다. 비행기가 뜨기 전 하늘이 잔뜩 흐렸는데, 구름 위로 올라가니 파랗고 예쁜 하늘. 구름도 예쁘게 뭉실뭉실 뭉게뭉게 떠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떠나는 걸 실감했다. 다시 발리를 향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딱 꽉 채운 4년 만이다.


13시, 옆에 앉은 중년 남성은 스도쿠를 했고, 복도 쪽 젊은 남성은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계속 화면을 들여다본다. 나는 쪽잠을 자거나 e북을 읽었다. 곽재식 작가의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를 하늘 위에서 읽는다. 가끔 하늘이 예쁘면 사진을 찍었다.


14시 40분, 55분에 호찌민 도착 예정이었는데, 아직 높은 하늘 위에 있고 이 비행기는 착륙 생각이 없어 보인다. 조금 늦어졌나, 선잠을 좀 자고 눈을 떴는데 승무원들이 기내식을 준비하고 있다.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던 찰나 시차가 있다는 걸 그제야 떠올렸다. 현지 시간으로 14시 55분 도착이고, 한국은 베트남보다 2시간 빠르다. 그러니 한국 기준으로 맞춰진 내 시계로 14시 55분이면, 아직 2시간이 더 남았다는 것. 슬슬 허리가 뻐근했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중년 남성은 잠들었고, 복도 청년은 여전히 드라마 삼매경이다.


16시 45분, 육지가 보였다. 비행기는 이내 착륙을 시도하는 것 같았으나 원을 그리며 돌았고, 다시 내려갔다가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구름 위에서의 비행은 순조로웠으나 공항 위 하늘은 비바람이 불었던 모양이다. 비행기는 흔들흔들거리며 오르락내리락, 뱅글뱅글 대여섯 번 돌았다. 기상 악화로 착륙이 지연된다는 방송이 나왔다. 내 시계로 17시 18분, 드디어 비행기의 발이 땅에 닿았다. 방금 비가 오고 그쳤는지 하늘은 잔뜩 흐렸고 땅은 젖어 있었다. 한국에서 미리 유심을 준비했기 때문에 유심을 교체하고 전원을 켰다. 나의 위치를 감지한 휴대폰은 다시 2시간 전으로 시간을 되돌렸다. 15시 24분, 비행기가 멈춰 섰다.